우다웨이(武大偉) 주한 중국대사가 「중국과 북한간에 김정일 총비서의 연내 중국방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그동안 설왕설래되던 김의 방중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단되었던 북·중간 고위급 교환방문이 지난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중국방문과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으로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김의 방중이 성사된다면 양국관계와 한반도문제에 적지않는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북한은 근년 들어 국제적 고립탈피와 경제적 실리획득을 목적으로 미국과 통하고 일본과 협력을 증진하며 중국과는 혈맹관계를 회복하는 한편 러시아와는 우호관계를 지속하는 통미(通美) 접일(接日) 맹중(盟中) 연로(連露)정책을 펴왔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미국 클린턴 행정부를 상대로 대북경제지원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문제 등을 논의해 왔으나 최근 들어 대미관계개선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같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포기되지 않고있다는 불신감, 대북경제제재 해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 그리고 공화당 집권시 미국의 대북압력이 가중되리라는 인식 등은 북한의 대미관계개선 우선전략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일관계도 접촉이 시작되었지만 일본인 납치사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보상문제 등 양국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수교교섭 진전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것으로 보인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미·일과의 관계개선 노력은 지속하되 역사적, 이념적, 지정학적 측면에서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한·중 수교 이후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하기로 태도를 굳힌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은 중국에 접근함으로써 대미·일교섭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김정일의 첫 해외나들이를 통해 북한체제 안정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을 사회주의 형제국가요, 순치(脣齒)관계로 보는 중국은 북한이 어려웠던 지난 4년간 식량 코크스 원유 비료등을 무상지원해왔고 최근에는 7명의 탈북자를, 국제여론의 비난에도 무릅쓰고 북한에 강제송환하는 적극적 지원태도를 보였다. 21C 동북아질서가 미국의 주도하에 운영되는 것을 반대하는 중국으로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중국은 남한에 대해 북한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한반도문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할 것이다.
중국은 북·중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의 평화공존과 핵·미사일등 대량살상무기 확산 반대입장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강조하고 개방, 개혁을 북한에 종용할 것이나 김정일이 이에 동의할 지는 의심스럽다.
이와같은 전망을 토대로 정부는 북방외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7명의 탈북자에 대한 강제북송은 우리의 대중, 대러 외교의 실패를 극명하게 드러내었다. 탈북자의 한국행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의지부재, 정보부재, 협상부재 라는 「3부현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4강외교에서 대단히 성공이나 한 것처럼 자화자찬해왔으나 이번 일로 4강외교의 저자세가 여실히 노출되고 말았다.
더욱이 정부는 1998년 한·중간에 합의한 「협력동반자관계」를 안이하고 낙관적으로만 해석한 나머지 이런 낭패를 자초하고 말았다. 지금이야말로 북·중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실체를 정확하게 읽고 체계적이고 장기적이며 치밀한 북방정책을 추진해야할 때 이다.
송영대(숙대 겸임교수,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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