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생활」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반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 동안 독거하면서, 자신의 철학이 얼마나 자연주의 사상과 일치될 수 있는가를 관찰한 일종의 실험보고서다. 19세기 중반 미국 지식인이 남긴 이 산문집은 이제 명저로서 국내 독자들에게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한 듯하다. 그의 글 「시민의 불복종」은 정치사상사 영역에서 또 그만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산문이다. 집필된 지 150년이 지난 이 글이 요즘 우리 정치현실에서 뜨거운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소로는 미국이 텍사스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멕시코와의 전쟁에 반대하여 6년 동안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 때문에 소로는 하룻밤을 감옥에 갇혔는데, 이웃 사람이 세금을 대납하여 석방되었다. 그 때의 체험과 생각을 정리한 것이 「시민의 불복종」이다. 글은
이라고 시작된다.
■한 편의 단편소설 분량인 이 글에는 정부와 국가에 대한 비판과 대안제시가 서릿발처럼 날카롭게 깔려 있다.
■소로의 글은 특히 간디에게 무저항주의의 철학적 바탕을 마련해 주었고 마침내 인도가 독립하는데 기여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내 시민운동단체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실련은 현행 선거법에 맞서 의원들의 국회출결 현황을 공개하는 등 시민 불복종운동을 선언했고, 총선시민연대는 낙선운동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소로의 불복종론은 실정법을 뛰어넘는 자연법사상을 반영하는 것이며, 시민단체들도 실정법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량을 시험하는 하나의 큰 고비라고 생각된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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