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을 넘는 고개 중에서 대관령만큼 편한 길도 없다. 유일한 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심심한 길도 없다. 그래서 동쪽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 중에는 대관령을 애써 외면하려는 경우가 많다. 아예 태백산맥 한 가운데의 호젓한 도시에서 한식경 쉬고 경치 좋은 길로 동해에 닿으려는 시도도 많다.광산촌의 칙칙함을 벗고 새롭게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태백시를 경유해 동해바다의 중간인 삼척시로 내려가는 38번 국도 40.5㎞ 구간. 인상적인 태백산맥 넘기를 시도하는 여행객에게 권할만한 길이다.
본격적인 드라이브는 태백시 통리의 연화우체국에서 시작한다. 길은 스키선수가 활강을 시작하는 위치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앞으로 가야 할 곳을 내려다본다. 도계읍까지 10㎞는 숙련 스키어가 선택하는 고난도 활강코스. 심한 회전을 반복하며 가파른 언덕을 내려간다. 폐광의 황폐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연출해내는 풍광이 독특하다.
도계에서부터 삼척까지는 구불구불한 크로스컨트리 코스. 완만한 언덕을 구불구불 내려가는 이 길은 두 친구와 만난다. 오십천과 영동선 철도이다. 도계에서 만난 이 육로와 철로, 수로는 함께 삼척시까지 간다. 오십천은 한때 먹물이 흘렀던 강. 탄광이 퇴조하면서 많이 맑아졌다. 도계읍 인근에서만 탁하게 흐르다가 정화작용을 거친 중하류에서는 어느 계곡물 못지 않게 맑은 물빛을 자랑한다. 겨울답지 않은 날씨 탓에 얕은 지류만 얼음이 얼고 본류는장하게 흘러간다.
영동선 철도에서 만날 수 있는 열차도 차창 밖을 기쁘게 해준다. 도계에서 함께 출발을 했다면 굽이굽이 오십천을 수십 차례 건너며 삼척까지 계속 함께 한다. 산 뒤로 혹은 터널 속으로 숨었던 열차와 다시 만나는 작은 기쁨. 그 아기자기한 재미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삼척시 죽서루까지 이어진다. 권오현기자
여수=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