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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연탄을 가스보일러로 바꿔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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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연탄을 가스보일러로 바꿔보니...

입력
200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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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면서 연탄 아궁이에서 가스 보일러로 바꾼 지 3년이 지났다. 가스로 난방을 하니 편리한 것만은 틀림없는데 올해도 나는 지난 시절의 지긋지긋했던 연탄 아궁이를 떠올리고 말았다.허리병이 난 엄마를 대신해 떠맡은 겨울밤의 연탄 갈기. 이때문에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나는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겨울을 보냈다.

방안의 온기에 취해 TV도 보고, 책도 읽다가 연탄을 갈기위해 매일 밤 9시께 일어날 때마다 얼마나 싫었던지 모른다. 광에서 연탄을 꺼내 마루를 건너 부엌으로 옮기고 연탄가스를 마셔가며 타버린 연탄을 꺼내는 그 시간은 정말로 끔찍했다.

땔감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그때뿐이었다. 하루는 연탄 갈기가 싫어 모른 체 방에 있다 잠이 들었다. 새벽3시께 온 가족이 잠에서 깨 『왜 이리 춥냐』며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새 연탄을 꺼내다 떨어뜨려 깬 적도 있다. 다른 가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손으로 부스러기를 주워 몰래 버린 뒤 얼음같은 찬물로 탄가루를 지운 적도 있다.

그때의 일기장에는 『연탄 갈기가 내 감성을 피폐시킨다』라고 적혀있다. 『내 다시는 연탄 피우는 집에서 사나 봐라』 연탄을 갈 때마다 나는 늘 악담같은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그 소원은 이제 이뤄졌다.

가스 보일러로 바꾼 뒤 밤마다 연탄을 갈던 지긋지긋함에서는 해방됐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가스통을 근 5일마다 교환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스통을 내가 짊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닷새마다 한번씩 옥상 문을 열고 가스통을 옮기는 것은 퍽이나 귀찮은 일이다. 더욱이 도시가스가 아니라 프로판가스여서 사용료 또한 만만치 않다.

가스로 바꾸기만 하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 믿었던 기대는 조금씩 깨져나가고 있다. 한 고비를 넘었나치면 어느덧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현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사 아닐까.

/이욱영·서울 성북구 동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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