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9일 『시민단체의 요구는 국민의 뜻』이라고 말한 것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에 대한 사실상의 전면적 지지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김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회의 및 새천년 민주당 간부초청 만찬에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과 시민단체의 비판은 역사의 큰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낙천·낙선운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시민단체의 운동을 더 이상 거스를 수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대통령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는 실정법으로 이를 규제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지만 이같은 시민 사회의 흐름을 물갈이와 정치개혁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자 명단을 공천과정에서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관계자의 언급은 김대통령의 의중을 충분히 읽은 뒤에 나왔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집권과정에서 맺은 여러가지 인연때문에 매정하게 물갈이를 강행하기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은 공천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이같은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은 그동안 개혁의 발목을 잡았던 일부 야당인사들에 대해서 일정한 견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김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점 때문에 김대통령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선거법 관련조항의 개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김대통령이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것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87조 개정에 머물지 않고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선거법 58조와 59조의 개정도 필요하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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