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5시 KBS 「뮤직 뱅크」 녹화가 예정된 여의도 KBS 신관 스튜디오 앞. 수백명의 여고생 등이 줄을 지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시간째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녹화가 시작되려 하자 여고생들과 경비원들 간에 격렬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표없이 프로그램을 보려는 수십명의 여고생들이 입장을 시도하며 일어난 해프닝이다. 가요 프로그램 녹화일이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13일 오후 3시 MBC 「전파 견문록」 녹화가 있는 여의도 MBC D스튜디오. 조용하다. 방청객은 40여명의 20대 여성들. 이들을 「동원」해 온 인솔자가 녹화에 앞서 방청시 유의사항을 전달한다.■ 방청객은 두 종류
방송사의 오락 쇼 교양 프로그램 녹화장은 프로그램을 보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방청객은 두 종류다. 방송사의 의뢰를 받아 전문업체가 동원하는 사람들과, 개인별로 좋아하는 프로그램 방청을 신청해 찾아오는 자발적 관객으로 구분된다. 프로그램 중 80% 정도는 동원된 방청객을 앉혀놓고 녹화를 한다. 방청객 동원업체는 세진, 진진 등 10여개나 된다.
전문 업체들은 PC통신, 전화, 잡지 광고를 통해 방청객을 모집한다. 업체에 전화를 하면 성별 연령별 직업별로 구분해 접수한 다음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녹화장을 안내한다. KBS 「아침마당」 MBC 「임성훈 이영자 입니다」 등 주부대상 프로그램은 결혼한 여성을 ,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 SBS 「이홍렬 쇼」 같은 경우는 20대 초반의 여성과 대학생을, 심야토론 프로그램은 30~40대 직장인들을 주로 연결해 준다.
■ 동원 방청객은 수당을 받는다
방송사는 동원된 방청객에게만 일정액의 수당을 준다. 수당은 생방송 여부, 녹화 시간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주간에 녹화하는 프로그램은 8,000~1만원이고 시사토크 프로그램 등 심야 프로그램은 1만 5,000~3만 5,000원. 새벽에 끝나므로 교통비를 감안해 수당을 많이 주는 것이다.
업체마다 방송 프로그램을 방청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하루에도 500~1,000명에 이른다. 심지어 취직이 안된 20대 초반 여성 중 아르바이트 삼아 방청을 활용하는 사람까지 있다. 세진의 한 직원은 『단골 신청 방청객들이 많이 있다. 심지어 1년 동안 프로그램 방청을 아르바이트로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 방청을 신청하려면
대부분의 가요 프로그램은 업체를 통한 관객 동원을 하지 않고 개인 신청을 받는다.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 「뮤직뱅크」 「열린 음악회」와 MBC 「가요 콘서트」 「음악캠프」, SBS 「생방송 인기가요」 등은 매회 200~500명 정도의 방청객이 필요한데 신청자는 매주 1,000~2,500여명에 이른다.
PC통신이나 전화를 통해 신청하면 방송사에서 선착순으로 뽑거나 방청 자격에 맞는 사람을 골라 방청권을 배부한다. 요즘 가장 방청 열기가 높은 프로그램은 KBS 「개그 콘서트」다. 「개그 콘서트」를 볼 수 있는 자리는 500여석인데 매주 신청자는 4,000여명. 경쟁률이 웬만한 대학 입학시험보다 높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방청하려면 최소한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 방청객의 천태만상
업체 인솔자나 프로그램 조연출자가 녹화 도중 박수치거나 웃을 때를 알려주고 유도한다. 박수를 쳐야할 때 함성을 지르는 등 지시 사항을 어겨 NG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심야 프로그램 제작자의 고역 중 하나는 졸고 있는 방청객을 깨우는 일. 휴대폰이나 호출기를 꺼놓지 않아 NG가 나는 경우도 있다. 가슴 뭉클한 사연도 있다. 최근 한 어머니가 백혈병에 걸린 초등학생 아들의 소원이 「개그 콘서트」 를 보는 것이라고 방송사에 연락했다. 박중민 KBS PD는 녹화 당일 그 소년을 초대해 가장 앞자리인 로열박스에 앉혔다. 녹화가 끝난 후 출연한 개그맨들은 소년에게 사인을 해 주어 방청객의 박수를 받았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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