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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본속의 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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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본속의 백제

입력
200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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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이쿠노(生野)구는 재일동포 밀집지역으로 유명하다. 인구 20여만명 가운데 재일동포가 4만명이 넘는다. 재일한국인 인구가 가장 많은 오사카에서도 제일 많이 모여사는 이곳에는 지금도 콜타르를 칠한 함석지붕에 판자로 벽을 두른 태평양전쟁 이전의 가설주택 200여동에서 재일한국인 1세들이 고단한 노년을 살고있다. 환상전철 쓰루하시(鶴橋)역 부근 조선시장에는 한국 전통식료품과 의류는 물론, 서울에서는 찾기 어려워진 관혼상제 용품과 민속놀이 기구 등을 파는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이곳에 한국인이 많이 모이게 된 것은 다이쇼(大正) 시대(1912-1926년) 일본정부가 히라노강 개착공사에 한국인 노무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부터. 이 지역 서북쪽을 구불구불 흐르던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물길을 곧게 펴고 둑을 높이는 공사에 모여든 한국인들이 본국에서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을 불러들여 공사장 인근에 마을을 이루었다. 귀국해도 먹고살기가 막연하던 시대여서 그들은 공사가 끝난 뒤에도 그 자리에 눌러 앉았다.

■이 지역은 까만 옛날부터 한반도 사람들이 모여 산 곳이다. 한국인 노무자들이 물길을 정비한 히라노강은 원래 구다라가와(百濟江)였고, 그 유역은 구다라노(野)라 불렸다. 구다라군(郡) 또는 구다라코(鄕)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오사카 경찰부가 펴낸

는 오사카가 도읍지였던 닌토구(仁德)천황 시대 백제 도래인의 집단거주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백제멸망 이후 망명한 왕족과 고관대작들이 「작은 백제」를 이루었던 것이다.

■이쿠노 출신 작가 현봉호(玄峰豪)씨가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다가와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됐다. 수상작 「그늘의 거처」는 태평양 전쟁에 끌려가 오른손을 잃고 부인과도 사별한 재일한국인 문서방의 기구한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전쟁에 끌어갈 때는 다같은 천황의 적자라고 선전하다가, 전후에는 일본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푼의 보상도 거부하는 기막힌 차별에 우는 사람이 문서방 혼자일까. 망명 백제인들의 성공과 식민지 유민들의 고난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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