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시작됐지만 20세기 음악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게 많다. 연주회도 음반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 음악회 「쉽게 듣는 현대음악」은 20세기의 새로운 음악을 좀 더 가깝게 전하기 위해 1996년 처음 시작된 기획 시리즈다. 그 때 4분 33초 동안 아무 연주도 하지 않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 50여분 동안 작은 소리로 연주하는 모튼 펠드만의 「세 개의 목소리」등이 한국 초연됐고, 두 번째인 1999년에는 몇 개의 음을 840번 반복하는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이 다섯 시간 동안 연주됐다. 다시 올해, 「쉽게 듣는 현대음악」 공연이 22-26일 오후 7시 서울 부암아트홀(02-391-9631)에서 열린다.가야금 앙상블, 타악기 연주회, 피아노 렉처콘서트, 젊은 작곡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내용으로 준비된 이번 시리즈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날 선보일 「직관의 음악」이다. 전통적인 악보가 아니라 작곡가가 제시한 여러가지 이미지로 연주하는 음악들로 슈톡하우젠, 얼 브라운, 김용진, 김정길의 작품을 소개한다. 예컨대 슈톡하우젠의 「일곱 개의 날들로부터」(1968)의 악보는 음표가 아니라 17줄의 글로 되어있다. 「어떤 음향을 연주하시오/그 음을 오랫 동안/당신이 멈추어야 한다고/느낄 때까지/…/최선을 다하여/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연주하시오/예행연습은 하지 마시오」.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러한 지시를 어떻게 따를 것인가는 연주자 마음대로다.
김정길의 「추초문」(1979) 악보도 점, 그러니까 음높이 표시만 되어있다. 이처럼 열린 형식의 새로운 음악은 악보로 일일이 음악을 통제하는 기존 음악에 대한 반발로 1970년대에 유행했던 것이다. 이들 직관의 음악을 국악 연주자로 구성된 한국현대음악앙상블이 연주한다는 점도 재미있다. 이 시리즈의 모든 공연은 작곡가나 연주자가 해설을 맡아 이해를 돕는다.
◇일정 22일 가야금앙상블 사계 23일 작곡가 최우정과의 만남 24일 타악기 연주회(연주 김광원 등) 25일 피아노 렉처콘서트(연주 한영혜) 26일 직관의 음악(연주 한국현대음악앙상블).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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