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라인업이 확정됐다. 신광옥 전대검 중수부장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데 이어 조근호 대검 범죄정보제1담당관이 민정비서관에, 이귀남 서울지검 특수3부장이 사정비서관에, 공직기강비서관에 이만의 제2건국위 기획운영실장이 각각 임명됐다.수석과 비서관 4명 중 2명이 검사출신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현재 국장급으로 있는 민정비서관실의 이동호 유재만 검사, 사정비서관실의 홍만표 검사까지 합하면, 민정수석실에 포진한 검사출신은 모두 6명이 된다.
과거 법무비서관실 때와 비교하면 검사 출신들의 중량감이 느껴진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검사들을 대거 차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서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가 『검사들이 사표를 내고 새로 임용됐다』고 해명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론자들은 『형식상 사표를 냈지만 나중에 검찰로 복귀하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청와대는 『정부조직법상 법무부나 검찰과 업무협조를 하도록 돼있고 그 역할에는 검사 출신이 적임』이라고 해명한다. 고위공직자, 정부투자기관의 장, 사회지도층, 청와대 비서진들을 경계시켜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을 세우는 민정수석실의 기능상, 전문가들인 검사 출신들이 중심축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특히 옷사건 파동에서 보듯 법무비서관만으로는 법무장관 검찰총장을 비롯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의 장들이 잘못해도 제대로 견제할 수 없어, 그 보완책으로 민정수석실의 위상 강화가 이루어졌다는 설명도 있다.
문제는 강해진 민정수석실과 검찰의 관계가 견제와 균형속에 놓일 수 있느냐이다. 청와대나 검찰은 『과거에는 한쪽의 위상이 너무 기울어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고 해명하고, 일각에서는 『권력의 중심권인 청와대가 강해지면 부지불식간에 검찰은 눈치를 보게 된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청와대는 이런 논란을 예견했으면서도, 이완조짐을 보이는 공직사회를 다잡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분위기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야 "검찰중립 저버렸다"
청와대가 18일 민정과 사정비서관에 현직 검찰 간부들을 임명한 데 대해 야당이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비록 이들이 검찰에 사직서를 제출, 법무부소속 공무원으로 파견되는 절차는 밟았지만 어쨌거나 김대중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검사의 청와대 파견금지」 원칙을 저버렸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장 청와대를 겨냥해 비난을 퍼부었다. 장광근 부대변인은 『현직검사들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되기 직전에야 검사직을 사직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편법적인 파견행위나 다름없다』며 『이들은 결국 청와대 근무후 인사상 특혜를 받아 친정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였다.
그는 또 『김영삼 정권시절 검사들이 형식상 사표만 제출하고 청와대에 파견되는 관행을 앞장서서 비난했던 김대통령이 이제 스스로의 주장을 뒤엎고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었다』면서 『이런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한 검찰 중립화는 요원하다』고 몰아 붙였다.
법조계 내부의 비판여론도 거세다. 특히 검찰은 검사 출신의 박주선(朴柱宣)전청와대법무비서관이 옷로비사건에 휘말려 끝내 옷을 벗었던 악몽을 새삼 떠올리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정치권 때문에 내내 상처받았던 검찰을 또다시 정치권에 끌어들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도형 변호사는 『옷로비사건 등으로 검찰중립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때보다 거센데도 구시대적 관행을 마냥 답습하고 있다』면서 『현정권의 검찰중립화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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