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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쫓겨난 소녀들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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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쫓겨난 소녀들 어디로 가나

입력
200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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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김강자총경의 미성년자 매매춘 단속을 계기로 경찰이 윤락업소와의 「50일 전쟁」을 수행중이다. 성(性)을 사고 파는 업소가 밀집한 전국 53개 지역을 대상으로 10대 매매춘 등의 단속과 예방순찰을 강화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월곡·천호·청량리·화양동 등 윤락가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코방귀를 뀌던 업주들이 자율정화를 내세워 단속에 협조하는 자세를 취하며 틈새를 엿보는 사이 윤락녀들은 속속 업소를 떠나고 있다.단속 10여일만에 이런 변화가 온 것은 분명 경찰의 개가다. 그러나 변화의 뒤안에는 근원적인 문제점 보따리가 방치돼 있다. 단속에 쫓겨 윤락가를 떠난 그들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 문제다. 김서장은 단속이후 윤락녀의 50%가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집에 돌아갔다면 문제는 해결된 것인가. 그 나머지는 또 어디로 갔나.

그들이 가는 곳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방 업소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티켓다방이라는 이름의 변종 윤락업소나 단란주점 퇴폐노래방 같은 접객업소에 몸을 숨길 것이다. 「보도」라 불리는 수만개의 윤락여성 공급업소에 고용되거나, 컴퓨터 채팅 따위를 이용하는 지하 윤락생활을 계속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집안의 분란과 무관심, 가난과 학대를 피해 가출한 소녀들이 떼밀려 집에 갔다고 『이제는 됐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

극히 일부는 종교나 사회단체들이 운영하는 보호시설에 잠시 몸을 의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곳도 그들의 인생행로를 바꾸어줄 안식처는 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수가 너무 적어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정부지원을 받아 종교시설과 사회단체들이 운영하는 전국 19곳의 청소년 보호시설 수용능력은 500명을 넘지 못한다. 윤락여성을 모두 이 시설에 수용할 수는 없다. 경찰 통계로는 연간 가출청소년이 5만명 안팎이지만, 단기 가출까지 합치면 수십만명이라는 것이 관련단체의 추산이다. 그래도 점차 시설을 늘리고, 직업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으로 청소년 고용업주 처벌이 강화됐고,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청소년성보호법이라는 특별법도 제정했다. 법과 제도가 갖추어졌다고 해도 어린 소녀와의 성관계를 즐기거나 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불법 불륜을 방관하는 사람이 있는 한 미성년자 윤락은 사라질 수 없다. 단속도 좋지만 정부와 국민 모두가 단속이후의 문제들과, 퇴폐일색의 향락문화 퇴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먼저다. 또한 이를 위한 사회정책적 대안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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