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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2000학년도 논술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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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2000학년도 논술문제

입력
200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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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글 (가)속의 토끼가 인간이라고 하는 가정하에, 글 (가)와 (나)에 나타난 삶의 태도를 비교 분석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분량은 1,100-1,200자)(가) 한 옛날 깊고 깊은 산 속에 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토끼 한 마리 살고 있는 그곳은 일곱가지 색으로 꾸며진 꽃 같은 집이었습니다. 토끼는 그 벽이 흰 대리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나갈 구멍이라고 없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게 땅 속 깊이에 쿡 박혀 든 그 속으로 바위들이 어떻게 그리 묘하게 엇갈렸는지 용히 한 줄로 틈이 뚫어져 거기로 흘러든 가느다란 햇살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방안에다 찬란한 스펙트럼의 여울을 쳐놓았던 것입니다.(중략)

그러던 그가 그 일곱가지 고운 빛이 실은 천장 가까이에 있는 창문 같은데로 흘러든 것이라는 것을 겨우 깨닫기는 자기도 모르게 어딘지 몸이 간지러워지는 것 같으면서 그저 까닭모르게 무엇이 그립고 아쉬워만 지는 시절에 들어서였습니다.(중략)

그는 생각하였습니다. '이렇게 고운 빛을 흘러가게 하는 저 바깥 세계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이를테면 그것은 하나의 개안(開眼)이라고 할까. 혁명이었습니다.(중략)

생일날 그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창으로 나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던 것입니다.(중략) 그는 창으로 기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중략)

드디어 마지막 관문에 다다랐습니다.(중략) 전율하는 생명의 고동에 온몸을 맡기면서 그는 가다듬었던 목을 바위틈 사이로 쑥 내밀며 최초의 일별(一瞥)을 바깥세계로 던졌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쿡! 십 년을 두고 벼르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홍두깨가 눈알을 찌르는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만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얼마 후, 정신을 돌린 그 토끼의 눈망울에는 이미 아무 것도 비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소경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일곱 가지 색으로 살아온 그의 눈은 자연의 태양 광선을 감당해 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토끼는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길이 되는 그 문을 그러다가 영영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였습니다. 고향에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거죽에 나타내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장용학, 「요한 시집」중에서-

(나) 오클랜드 섬과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금문교에는 17개의 통행료 징수대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수천 번도 넘게 그 징수대들을 통과했지만 어떤 직원과도 기억에 남을 만한 가치있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그냥 날마다 기계적으로 돈을 내고 받고 지나갔을 뿐이다. 1984년 어느 날 아침,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점심 약속 때문에 다리를 건너기 위해 통행료 징수대들 중 하나로 차를 몰고 다가갔다. 그때 내 귀에 큰 음악 소리가 들렸다. 마치 파티석상에서 울려퍼지는 댄스 뮤직이거나 마이클 잭슨이 콘서트라도 열고 있는 것 같은 요란한 음악이었다.(중략)

나는 통행료 징수대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한 남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요?" 그가 말했다. "난 지금 파티를 열고 있소" (중략)

몇 달 뒤 나는 그 친구를 다시 발견했다. 그는 통행료 징수대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아직도 혼자서 파티중이었다. 내가 다시 물었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요?" 그가 말했다. "당신 지난번에도 똑같은 걸 물었던 사람 아니오? 기억이 나는구먼. 난 아직도 춤을 추고 있소. 똑같은 파티를 계속 열고 있는 중이라니까." (중략)

당신과 내가 사흘도 지겨워서 못 견딘 그런 좁은 공간 안에서 이 사람은 파티를 열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그 사람과 나는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내 직업을 따분하게 평가하는 걸 난 이해할 수 없소. 난 혼자만 쓸 수 있는 사무실을 갖고 있는 셈이고, 또한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소. 그곳에선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버클리의 아름다운 산들을 다 구경할 수 있소. 미국 서부의 휴가객 절반이 그곳을 구경하러 해마다 몰려오지 않소. 그러니 난 얼마나 행운이오. 날마다 어슬렁거리며 걸어와서는 월급까지 받으며 춤 연습을 하면 되거든요."

- 캔필드·한센,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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