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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낙선운동을 넘어 공천민주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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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낙선운동을 넘어 공천민주화로

입력
200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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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새로운 천년이 시민단체와 시민권력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을 실감시켜주려는듯 우리의 새로운 천년은 벽두부터 시민단체들의 부적격 정치인들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으로 요동을 치고 있다.정치권은 이같은 움직임에 실정법 위반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간 정치에 불만을 갖고있었던 국민들은 이 운동을 전폭 지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권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87조를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설사 87조가 개정되더라도 특정인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이에 반대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은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 특정 정치세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이 운동에 딴지를 걸고 있어 합법화는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러나 법 물신주의와 형식논리에 매몰되어 정당한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만일 87조 이외에 다른 조항이 문제라면 그 조항 역시 고치면 된다. 시민, 사회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은 선진국에서 모두 허용하고 있는 당연한 참정권의 발로이며 이를 금지하는 것 자체가 국민주권사상에 기초한 우리의 헌법에 위배되는 조치다.

만일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고 정치권이 법을 고치지 않아 낙천·낙선운동이 불법운동이 된다면 이는 정치권의 책임일 뿐이다. 법치주의가 아직도 취약한 우리 사회에서 법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민권운동, 환경운동, 반핵운동이 보여주듯 법치주의가 확립된 선진국의 경우에도 시민운동권은 평화적 방식을 지키는 범위내에서 의도적으로 실정법을 위배, 양심세력과 시민들이 감옥을 메우는 「양심적 법 어기기 운동」을 벌임으로써 문제되는 법을 고치도록 정치권에 강제해 왔다.

낙천·낙선운동이 정치신인등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 물갈이는 시대적 요구이다. 그리고 기성정치인들의 경우에도 정치 부적격자들에 한해 퇴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모든 기성정치인에 대해 퇴출론을 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여권의 신당창당및 물갈이론과 관련해 이 운동이 자칫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비판인데 그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권 역시 이에 상응하는 문제의원의 물갈이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야권 내부사정 때문에 그것이 어렵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문제이다.

오히려 시민단체들은 단순히 낙천·낙선운동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즉 시민단체들이 낙천·낙선운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우리 정치가 불신을 받고 정치부적격자들이 횡행하게 된 것은 유권자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1인 보스에 의해 이루어지는 밀실공천등 반민주적인 정당구조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와 같은 밀실공천 등 반민주적인 정당구조를 그대로 놔두고 낙천·낙선운동에 안주할 경우 이 운동은 밀실공천에 의해 현역의 정치 부적격자를 또 다른 부적격자로 대체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사실 정치권, 특히 정부와 여당은 재벌, 나아가 언론의 오너체제의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오너체제 개혁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국민의 세금에 의해 조성되는 정당보조금을 지원 받는 정당은 민주적인 상향적 후보선출을 의무화하도록 범국민적인 입법청원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의 뉴밀레니엄 선거혁명은 그런대로 제 모습을 갖출 수 있다./손호철 서강대교수 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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