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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베지진 5돌'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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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베지진 5돌'의 교훈

입력
2000.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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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월17일 먼동이 틀 무렵 일본 효고(兵庫)현의 고베(神戶) 아시야(芦屋) 니시노미야(西宮)시 일대를 지진이 휩쓸었다. 1분여에 불과한 지진이었지만 6,432명이 목숨을 잃고 4만여명이 부상했다. 24만여채의 가옥이 무너지고 7,000여채가 전소하는 등 피해액이 9조9,268억엔에 달했다. 「한신(阪神)대진재」로 명명된 이 지진은 자연재해의 두려움을 세계에 각인시켰다.그로부터 꼬박 5년이 흐른 지금 도로와 항만, 공공시설은 완전히 복구됐다. 한때 5만세대에 이르렀던 가설 주택도 사라졌다. 잿더미의 평원을 이루었던 고베시 나가타(長田)구 일대도 더러 공터는 남았지만 말끔히 정리됐다.

그러나 외형상의 복구와는 달리 재해의 후유증은 깊다. 가설 주택에서 공영 주택으로 옮긴 주민들은 아직 이웃과 대화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심리적 외상에 의한 스트레스」(PTSD)도 여전하다. 고베시가 자랑하던 구두와 청주의 생산량은 과거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지진은 교훈도 남겼다. 「한신대진재」는 어쩌면 규모 7.2, 진원 깊이 16㎞의 격진이 부른 것만은 아니다. 수백년간 대지진이 없어 지진을 남의 일처럼 여겨온 이 지역의 정서가 부른 인재이기도 했다. 흙더미처럼 무너져 내린 대형 건물 바로 옆에서도 새로운 내진기준이 적용된 건물은 멀쩡했다.

일본 전국 도로·철도의 내진 구조물이 보강됐고 내진을 넘어 면진(免震)·제진(制震)설계가 성행하고 있다. 16일 고베시에서 열린 지진대책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풍화하는 위기의식의 지속」이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됐다. 지진에 대한 위기의식이 싹트지도 않은 우리에게도 절실한 메시지다. 재난은 항상 준비가 없는 곳에 찾아왔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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