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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융합과학의 시대] 3.생물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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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융합과학의 시대] 3.생물정보학

입력
2000.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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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유전자연구회사는 셀레라 지노믹스사다. 미국정부가 지원하는 국제연구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보다 10년 늦게 출발했음에도 1년여만인 올 3월 유전자 서열을 모두 밝히겠다고 공언, 공공부문 연구자들을 초조하게 한 장본인이다. 셀레라사는 10일에도 인간유전자 97%를 규명했다고 발표, 지난해 8월이후 8배나 뛴 주가를 또 29%나 올렸다.소규모 후발주자인 이 벤처기업이 무시무시한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것은 아리조나주립대 교수출신의 전산학자 유진 마이어의 수학적 아이디어와, 패기만만한 크레이그 벤터사장의 컴퓨터 자동화전략 덕분. 즉 셀레라의 성공은 생물학 아닌 전산학 기술의 승리이다. 생물학에 도입되는 컴퓨터공학, 아니 생물학 자체의 정보과학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일고있다. 파도의 정체는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다.

◆우주보다 방대한 생명정보

생물정보학이란 「컴퓨터를 이용한 생물정보처리학」이다. 생명현상은 정보가 방대하고, 일반화가 아닌 개체간 특이성을 찾는 것이 연구대상이라 정보과학적 접근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싹튼 신학문이다.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인간 유전자지도를 만드는 게놈프로젝트의 진전 덕분. 인간 유전자를 구성하는 30억개 염기를 초당 하나씩 읽으려면 100년이 걸린다. 염기 1,000~수만개가 모여 유전자(기능단위) 1개를 구성하는데 인간 유전자 10만개 중 어느 유전자, 유전자 중 어느 부분의 이상으로 유전병이 일어나는지 밝혀내려면 그 정보량은 우주에 비견된다.

결국 게놈프로젝트의 성패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방법과 속도에 달린 것이다. 초기에 연구자들은 길다란 DNA를 조각조각 잘라 서열을 밝힌 뒤 다시 이어붙이는 작업을 해야했고 어떻게 하면 순서를 잊지 않고 다시 잘 맞출까에 수년을 고민했다. 그러나 셀레라사의 유진 마이어는 잘린 DNA조각을 무작위적으로 해독·조립하는 「홀 게놈 샷건(Whole genome shotgun)」이라는 통계적 분석방법을 도입, 게놈해석에 급진전을 이뤘다.

생물정보학의 또 다른 개가는 DNA자동분석기, DNA칩의 등장이다. DNA칩은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또는 특정 염기부분) 수천~수만개를 가로 세로 2㎝에 불과한 칩 안에 고밀도로 집적시킨 것. 기능을 모르는 유전자를 칩에 반응시키면 염기서열이 일치하는지 순식간에 확인할 수 있어 기능을 추정할 수 있다. 암관련 유전자만 모아 놓은 칩과 반응시키면 암과 관련있는 유전자인지, 암 몇기인지 등을 진단할 수 있다. 기존의 실험방법대로 체외에서 배양해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과 비교하면 수공업과 공장생산의 차이다.

◆게놈프로젝트는 끝이 아니라 시작

생물정보학은 이미 정보산업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다. 미국 인사이트사는 미 국립보건원이 공개한 게놈자료를 펜티엄 Ⅱ 1500대를 연결한 클러스터 슈퍼컴퓨터로 서열·구조·기능별로 정리, 제약회사에 비싸게 팔아넘긴다. 물론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후 수십배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게놈지도가 완성된 포스트게놈시대에 생물정보학은 더욱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될 게 뻔하다. 게놈프로젝트의 목표가 각종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있다면 핵심은 스닙(SNP)연구다. 스닙이란 한 개(또는 몇십개)의 염기순서가 다른 것으로 개개인의 모든 차이(어떤 사람은 녹용이 잘 듣고, 어떤 사람은 감기에 약하고, 어떤 알레르기가 있다는 등)를 만드는 원인이다. 그런데 가계, 체질이 가까운 사람들은 스닙의 패턴이 일치하기 때문에 스닙패턴과 질병기록을 비교하면 국민적인 의학통계가 수립되는 것이다.

이미 전국민의 유전정보 분석에 착수한 기업이 있다. 아이슬란드의 디코드 지네틱스사다. 제약회사 로슈가 2억달러를 내놓고 아직 있지도 않은 DB사용계약을 맺었다. 스닙 DB가 완성되면 태어나자마자 피 한방울 뽑아 진단용 DNA칩에 떨어뜨려 몇살때 어떤 병을 앓을 확률이 몇%인지 진단과 예방이 가능하다. 치료도 체질에 따라 잘 맞는 약을 골라쓰게 된다. 미래형 「맞춤의학」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의학뿐 아니라 전자, 환경, 농업등과 결합해 응용가능한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피자를 시켜먹을 때조차 주문자에 맞는 재료를 쓸 수 있다. 일본 전자기업인 마쓰시타, 세이코, FDK등은 화장실기기 메이커인 토토사와 공동으로 변기에서 혈압 당뇨등을 측정, 가정의에 전송하는 「미래형 화장실」을 제시한다. 소모품인 칩과 칩 제작기는 날로 시장이 커질 것이다. 히타치는 유전자해독용 초고속컴퓨터에 눈을 돌렸다. 관련 소프트웨어시장도 계속 확장될 것이다. 2003년 유전정보산업은 총 20조달러 규모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단세포동물인 아메바의 DNA는 인간보다 크다. 기능과 자료의 양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유전학 패러독스다. 생명과학은 정보와 허섭스레기를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생물정보학의 핵심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생물학.전산학 함께아는 전문가 키우자

게놈프로젝트가 성과를 내려면 생물학과 전산학에 모두 도통한 생물정보학자가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세계적인 품귀를 보이고 있다. 미국조차 대형 제약회사가 생물정보학 석사를 연봉 10만달러, 박사는 50만달러에 「모셔」가고, 대학들은 교수를 빼앗기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은 이 분야 연구비를 지원하며 대학들은 학위를 신설하고 있다. 버클리대학은 생물학과의 전공과목 절반 이상을 수학과 컴퓨터공학으로 채워 「새로운 생물학과」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한 두 명의 박사를 배출하고 있는 형편. 부산대가 가장 앞서 학위과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최대의 관심은 3월 설립예정인 삼성종합기술원의 「바이오센터」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때론 거대한 흐름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듯 보인다. 최근 산자부가 지원하는 DNA칩 연구과제 선정때 『DNA칩에 무슨 컴퓨터가 필요하냐』며 예산이 삭감된 일도 있었다. 생물학은 이과에서도 수학 혐오자들이 몰리는 분야였고 컴퓨터과학자들은 현재 「큰 돈이 되는」 정보통신분야로 쏠리고 있는 형편이라 이들의 만남은 난망(難忘)이다.

생물정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원세연박사는 『생물학이나 전산학 한쪽만 알아서는 문제가 뭔지를 모른다』고 말한다. 즉 생물학자가 문제를 정리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해답을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찾기 위해 상당한 생물학적 지식이 요구된다는 것. 또 복잡계적인 특성을 보이는 생물학에 맞는 새로운 수학도 마련돼야 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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