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전범 아르칸(47·본명 젤리코 라즈나토비치) 피살사건이 「정치 테러」로 귀결되고 있다.유고의 야당 지도자인 부크 드라스코비치가 이끄는 세르비아 재건운동당은 16일 『아르칸 피살은 국민사이에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준비된 국가 테러』라고 규정했다.
영국 BBC 방송은 현지 분석가들을 인용,『아르칸 피살은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 등 집권층과 연결된 정치적 음모로 추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추측은 사건이 유명 호텔에서, 그것도 대낮에 발생했는데도 아직까지 범행의 단서조차 포착되지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사회당 등 여권 연합세력이 아르칸의 죽음에 대해 일체의 논평을 회피하고 있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BBC는 특히 사건 배후와 관련, 아르칸이 밀로셰비치와 공모해 코소보 및 보스니아에서 자행한 반인륜범죄에 깊숙히 개입하는 등 현정권의 치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스니아 대통령실 고문인 미르자 하지리치는 『이제까지 밀로셰비치 주변을 돌던 사업가와 마피아 등이 어느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채 비명에 갔다』며 『밀로셰비치는 자신의 잘못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결코 살려두지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아르칸 암살 사건도 91년 유고연방 해체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유명인사 살해사건과 같이 영원히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유고 야권의 지도급 인사인 조란 진지치는 『세르비아에서 해결되지않고 있는 살인사건이 500여건에 이른다』면서 『이번 사건도 결코 진실이 규명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보스니아의 한 신문이 『아르칸은 들개처럼 살다가 들개처럼 죽었다』고 논평하는 등 「인종청소」의 피해자들은 동정의 여지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프랑스의 피에르 모스코보치 유럽담당장관은 『아르칸은 국제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어야 했다』며 『그가 저지른 만행에 비추어 볼때 그의 죽음은 결코 비극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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