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바뀌면 관심이 일게 마련이지만, 이번에 40대 교육부장관이 된 문용린장관은 각별히 관심을 끈다. 중요한 교육부수장이라는 상식적인 의미에서만이 아니다. 교육부 간부들에게 『우리 교육은 세 가지가 바뀌어야 합니다』라며 펼친 취임사 때문이다. 말이 취임사이지, 문장관은 그 자리에서 교육비전을 현란하게 피력했다. 그런데 그 비전에 문제가 있어 보이고 그 비전에 따라 정책이 공적 논의라는 여과장치 없이 펼쳐질까 염려된다.문장관이 가장 먼저 꼽은 우리 교육에서 바꾸어야 할 사항은 『이제 가르치기(teaching), 배우기(learning)시대는 갔고 생각하기(thinking)를 해야 합니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생각하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수사학적으로 근사하게 표현하느라 나온 말이라 믿고 싶어진다. 그러나 다 아는 것처럼 가르치기, 배우기, 생각하기는 같은 층위에서 논의할 교육패러다임이 아니다.
가르치기냐 배우기냐는 교사와 아이들 중 누구를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의 문제다. 반면 생각하기는 특정 교육주체가 중심이 될 수 없는 문제다. 교육패러다임의 층위를 혼동하지 않기 바란다. 또 세계적으로 이미 그 필요성이 지적된 「아이들 먼저(childern first)」정신에 입각한 교육개혁의 지속적 추진을 잊지 않기 바란다. 교원정년단축 교사고발 등으로 떨어진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은 별도의 일이다.
취임사 중 또 하나 문제되는 것은 『엘리트를 가꾸는 교육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인적자원 개발이 돼야 합니다』란 것이다. 민주국가니까 누구나 교육받고 성인은 재교육받아야 한다는 옳은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를 무대로 한국이 뻗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 못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은 「국가적인 긴급사항(national urgency)」이다. 개인의 잘살기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앞으로의 번영도 결국 교육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은 높은 수준의 엘리트교육과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교육기회 부여라는, 모순되지만 양립시켜야 하는 이중의 교육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영국이 학교별로 학습능력시험을 치른 뒤 학교순위를 발표하고 미 교육부가 지난해 우수어린이헌장을 새로 만들고 각국의 교육성과자료를 취합하는 것(ed.gov/pubs99/digest98)은 포기할 수 없는 엘리트교육을 위해서다.
도덕교육론 전공에, 「EQ가 높으면 성공이 보인다」등 대중서 출판에, 95년이후 정부의 여러 교육관련기구에서 일해온 교수출신 문장관은 현란한 비전을 펼쳐 보이기 이전에 자신이 장관이 되기 전 펼쳤던 주장도 돌아보고 촌지와 상품권이 책상서랍 속에 굴러다닌 교육부 자체개혁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문제는 야심찬 계획이 아니라 일관된 실천이다. 교육부가 꼭 결심해야 하는 것은 학습당 학생수를 30명 내외로 줄이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었다. 박금자 /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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