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을 허영끼 있는 여자들의 사치를 위한 도구 정도로 여기는 것은 틀린 견해는 아니지만 한쪽만 보는 것이다. 보석 또는 보석이 들어간 장신구는 장식을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물건 가운데 하나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위험에서 사람을 지켜주는 부적으로 쓰일 때는 매우 상징적인 기능까지도 갖는다.고대에서 현대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장신구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어떤 사회·문화적인 기능을 가졌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한 책이다. 기록이나 유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신구의 역사는 조가비로 만든 단순한 구슬(비드·beads)을 꿰어 보석의 멋을 냈던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르네상스 정도로 오면 그 금세공의 화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고, 아르누보의 에나멜 치장술은 현란할 지경이다. 서양의 장신구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여 20세기 말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단계에 도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식민지 개척 시대 신세계의 에메랄드나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플래티넘과 알루미늄 같은 새로운 소재의 유입은 장신구 발달사에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세공사들, 보석 디자이너들은 특히 고고학 발굴에 큰 영향을 받았다. 책에는 대표적인 보석상들의 눈부신 장신구 뿐만 아니라 무명 장인의 손을 거친 걸작과 홀바인, 퓨진, 칼더 같은 여러 독창적인 미술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관습과 사고, 정치상황, 경제수준, 기술진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신구를 통해 고대의 고전, 중세의 종교, 루이 14세의 절대왕정, 프랑스혁명의 정치이념을 만날 수 있다. 형식의 파괴나 소재의 활용에서 큰 변화를 보이는 현대의 장신구에 들어있는 「개인주의」의 이념도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의 보석 디자인 연구가인 지은이는 『장신구와 조각, 행위예술, 패션 사이의 한계는 확장되고 있으며 또 새롭게 정의될 것이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실은 최고에 도달하는 장신구가 우리의 마음을 영원히 매혹시키며 끊임없이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힘을 갖는다는 사실』 이라고 말했다.
장신구의 역사
클레어 필립스 지음, 김 숙 옮김
시공사 발행, 1만 2,000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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