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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방송사 "우린 '통속'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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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방송사 "우린 '통속'이 좋다"

입력
2000.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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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두고 가난하면서도 영민하고 착한 여자와 부잣집 출신으로 미련하고 악한 여자가 사랑싸움을 벌인다. 이같은 기본구조에 덧칠을 한다. 착한 여자는 어려운 시절 남자를 도왔는데, 그 남자는 출세를 위해 배신을 한다. 같은 남자를 놓고 심성 고운 여자와 악한 여자가 사랑을 하는데 알고보니 둘은 이복자매라는 사실 등등.1950-1960년대 유행한 통속 소설의 플롯과 등장인물 이야기가 아니다. 새 천년이 시작된 2000년 1월 현재의 드라마의 구성과 등장인물이다. 참을 수 없는 상투성의 극치다. 시청자들의 눈은 날로 높아가는데, 드라마의 구성과 등장인물은 뒷걸음과 과거 악습을 거듭한다.

MBC 수·목 드라마 「진실」은 그룹 회장 장남으로 잘 생기고 성실하기까지 한 류시원을 삼각형의 꼭지점에 둔다. 밑에 두점은 국회의원 딸로 성격 못된 박선영과 동창생으로 가난한 최지우가 차지하고 있다. 박선영에게 온갖 괴로힘을 당하면서도 최지우는 착한 마음을 지키고, 이런 그녀를 류시원은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감싼다. 회장 아들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최지우가 아르바이트 하는 식당을 알아 내 함께 일(13일 방송분)까지 한다. 이쯤 되면 길거리에서 저자도 밝히지 않고 판매되는 통속소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KBS라고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TV 월·화드라마 「나는 그녀가 좋다」역시 우연성과 작위성의 점철이다. 미혼모의 딸로 생활이 곤궁하지만 남을 잘 배려하는 명세빈과 회장 딸로 이기적인 이재은. 드라마는 명세빈이 대학동창인 이재은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하면서 전개된다. 가난하지만 밝은 안재환이 입사하고 두 여성은 같은 남자를 사랑한다. 그런데 두 여성은 서로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가 같은 이복자매다.

60-70년대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주간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가난한 사법 고시생과 어려운 시절 힘이 된 여성의 사랑과 배신 이야기였다. 2TV 주말 드라마「사랑하세요?」 는 사법고시생 대신 의사가 등장한다. 외과의사인 김민종은 출세를 위해 힘들었던 시절을 사랑과 믿음으로 함께 한 이승연을 배신하고 병원장 딸 추상미를 선택한다. 버림받은 이승연은 자신을 버리고 간 김민종의 행복을 빈다(16일 방송분). 못배웠지만 착한 김민종의 형, 최수종이 이승연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삼각관계에서 진일보(?)한 사각관계다.

삼각 관계를 기본틀로 하는 멜로 드라마처럼 시청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양식도 없다. 거기에 가난한 여성과 부잣집 여자가 선악을 대변해 드라마를 이끌어 갈 때 다수의 서민 시청자들은 묘한 대리만족까지 느낀다. 계층갈등 뿐만 아니라 여성은 주체적이지 못하고 늘 남자에게 얽메이는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까지 교묘하게 이용한다.

멜로 드라마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방송사의 제작진은 노력조차않고 시청률을 잡기위해 손쉽고 상투적인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틈만나면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독창성있는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말을 한다. 공허한 말의 수사만이라도 더 이상 늘어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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