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의 지휘·명령과는 무관하다」거나 「과로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부당한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예외적으로 산재를 인정했다.■ "작업도중 더위 피해 멱감다 익사도 산재"
서울 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재홍·李在洪부장판사)는 13일 작업도중 더위를 식히러 인근 강물에 몸을 담그다 익사한 오모(당시 39세)씨에게 산재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땀을 흘린 근로자가 열을 식히고자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욕구』라며 『기온이 30℃를 넘는 날씨에 별다른 냉방·세면 시설이 없는 작업장을 벗어난 원고의 행위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생리적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산재보상보호법상 업무수행 행위는 사업주의 직접적인 지휘나 명령에 따른 것만이 아니라,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강원 원주시 설비제조업체 직원이던 오씨는 98년 9월11일 오후2시께 근무도중 더위가 심해지자 부하직원과 함께 인근 남한강에 땀을 씻으러 갔다 실족, 익사했다.
■ "64세 아파트 경비원 풀베다 과로사 산재"
행정법원 행정12부는 아파트단지내에서 풀베기 작업도중 쓰러져 숨진 경비원 김모(당시 64세)씨에게 산재를 인정했다. 지금까지 아파트경비원은 대부분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13일 『고령에다 폐결핵, 고혈압 등을 앓고 있던 김씨가 하루 4~5시간 가량 제초작업을 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다』며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질환이 급격히 악화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이며 따라서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던 김씨는 97년 5월께부터 경비업무 외에 아파트 5개동 주위의 화단 제초작업을 하루 1~2시간 병행했으며, 같은해 6월부터는 관리사무실의 독려로 3시간 가량 작업시간을 늘려오다 같은 달 21일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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