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진정추세를 보였던 국제 원유가격이 새해 들어 다시 폭등하고 있다. 원유 거래시장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올 겨울 유가가 3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14일 뉴욕시장에서 서부 텍사스 중질유는 91년 걸프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8.02달러로 마감됐다. 서부 텍사스유의 지난 한주동안의 가격 상승폭은 무려 16%에 달한다. 이는 98년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들의 원유감산 합의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이다.
이같은 유가 폭등은 물론 세계 석유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OPEC 회원국이 3월말로 끝나는 감산합의를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때문이다. OPEC 시장감시위원회(MMC)는 14일 빈에서 회의가 끝난뒤 『유동적인 시장 상황과 풍부한 원유재고량을 감안할때 현행 감산합의를 만료시한 후에도 계속 유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이는 사실상 감산합의의 연장 선언과 다름없다. MMC의 이번 회의는 3월말 열리는 OPEC 각료회담의 사전 의견조율에 불과하다. 릴와누 루크만 OPEC 사무총장도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뒤 감산 연장기간을 제의할 수 있겠지만 감산합의는 분명히 연장된다』고 말했다.
OPEC 회원국이 이 시점에서 사실상의 감산합의 연장을 밝힌 것은 원유소비량이 가장 많은 북반구가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새해 들어 유가가 오히려 하락하고 감산합의가 일부 지켜지지않을 조짐을 보인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2월 OPEC 회원국의 감산합의 이행률이 11월보다 3% 포인트 하락한 82%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OPEC로서는 과거 전례에도 나타났듯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유가하락을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질 필요성이 있었던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OPEC이 쉽게 감산합의를 풀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분석가인 팀 에번스는 『원유감산으로 1·4분기중 전세계 하루 수요의 4%인 300만배럴이 계속 부족해지게 되면 내달초엔 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30달러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고유가의 지속은 원유 소비국의 거센 감산해제 요구와 감산합의에 참여치않은 산유국의 생산량 증가를 촉발시켜 OPEC의 의도대로 유가가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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