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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사는 삶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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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사는 삶 어때요?

입력
2000.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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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윤기(53)씨가 400매 가량의 짧은 장편 「나무가 기도하는 집」(세계사 발행)을 발표했다. 「생각해보라/이 세상에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가 어디 있으랴/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에/마른 입술을 대고 서있는 나무/온종일 신을 우러러보며/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나 같은 바보도 시는 쓰지만/신 아니면 나무는 만들지 못한다」는 미국시인 조이스 킬머의 시 「나무」를 작품의 바탕에 깔고 변주되는, 한 편의 잔잔하고도 감동적인 옛날 이야기 같은 작품이다.이씨 특유의 구수한 화법, 나이든 이웃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것같은 의뭉스런 문체가 감칠맛난다. 소설의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동서양의 신화와 풍속을 자연스럽고도 적절히 소개하고 배치해 독자들의 교양욕구를 충족시키는 작가의 솜씨도 여전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시골에서 나무를 키우며 살아가는 나이 마흔이 다된 노총각 이민우(소설 속에서 그는 경상도 지역 구어투로 「우야 아저씨」로 불린다)의 집에 문득 김송자(그는 「자야 아가씨」다)라는 여자가 찾아든다.

어딘지 어두운 삶의 기억을 갖고 있는 듯한 자야 아가씨는 우야 아저씨의 집에서 손님으로 지내는 동안 나무를 통해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배우는 우야 아저씨의 도움으로 생활의 활력을 되찾게 된다. 조이스 킬머의 시 「나무」는 바로 우야 아저씨의 집에 걸려있는 이발소 그림에 적혀있는 글이다. 우야 아저씨는 대구 팔공산 자락 귀룽나무들이 서 있는 자신의 집 뒤 일천여 평의 숲에다 「고아 같은」 나무들을 주워다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이 시를 되풀이 읽으며 『나무는, 그렇지, 심으면 되는 것이지… 사람은, 그렇지, 들이면 되는 것이지』라고 생각한다. 그의 생각대로 우야 아저씨와 자야 아가씨 간에는 순수한 인간애로서의 사랑이 싹트게 된다는 것이 소설의 결말이다.

환경소설로 읽히기도 하고, 연애소설로도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이씨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독자의 긴장을 요구하거나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읽고 나면 잔잔한 감동에 젖어들게 하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 구구한 설명이나 묘사보다는 짤막하고 구수한 대화를 통해 등장인물과 작품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작가의 특기다.

이 소설은 도서출판 세계사가 21세기 한국문학총서 기획으로 펴내는 장편소설 시리즈 「오늘의 작가」 첫번째 책으로 나온 것. 이어 정찬, 최인석, 이순원, 구효서, 윤대녕씨의 신작 장편이 차례로 출간될 예정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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