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감사원 격에 해당하는 일본 회계검사원의 조사관이 납품 비리를 이유로 방산업체 전직 간부로부터 돈을 뜯으려던 사건으로 일본이 떠들썩하다.도쿄 경시청은 15일 회계검사원 건설1과의 요시다 요시나오(58)조사관을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경시청에 따르면 도쿄지검이 방위청 조달본부의 배임사건을 한창 수사하고 있던 98년 10월~99년 1월 방산업체 전직 간부(57)에게 회사와 집으로 편지를 보내 「입막음」의 조건으로 5,000만엔을 요구했다.
방위청 배임 사건은 조달본부가 방산업체에 적정 이상의 납품 가격을 책정해주고 차액 일부를 뇌물로 챙긴 사건으로 당시 검찰은 방위청은 물론 관련 방산업체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요시다는 가공의 정치단체 명의로 모두 7차례나 편지를 보내 『당신 회사도 수사대상에 올라있다』며 『요구를 듣지않으면 가족을 괴롭히는 것은 물론 당신이 관여한 회사 비리를 폭로, 회사를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수취인이 이미 회사를 그만둔 사실을 모른채 도쿄 신주쿠(新宿)의 호텔 등으로 현금 전달 장소를 지정, 집요하게 협박을 거듭했다.
이미 회사를 그만둔 전직 간부는 이런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었다. 가족에 대한 특별한 위협이 없었던데다 편지도 끊어지자 지난해 4월 요쓰야(四谷)경찰서에 신고했다. 요시다는 경찰에서 『주택융자금 등 빚이 많아 돈이 필요했다』면서 범행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68년 회계검사원에 채용된 그는 73년 조사관이 된 이래 72년 12월~76년 12월, 80년 12월~84년 12월 등 모두 8년간 해상자위대와 육상자위대 담당으로 일했다. 그후 방위청을 담당하지않아 최신 정보에 어두웠던 것이 이미 회사를 떠난 간부를 대상으로 고르는 「실수」를 낳은 셈이다.
일본 여론은 이 해프닝성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회계검사원의 조사관이 업무상 얻은 정보를 미끼로 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낼 가능성이 확인됐기때문이다. 부정·비리를 막기 위한 「마지막 제도적 장치」조차 구성원의 윤리 의식이 결여되면 간단하게 구멍뚫릴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소스라치게 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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