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살육자」 아르칸(47)이 비명에 갔다. 크로아티아·보스니아 내전 당시 민병대 조직 「타이거스」(Tigers)를 이끌며 세르비아 분리독립주의자를 상대로 끔찍한 살육 행각을 벌였던 아르칸이 15일 대낮 베오그라드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로비에서 무장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기관단총에서 뿜어져나온 총탄은 그의 왼쪽 눈과 눈 언저리, 입 등 3군데를 정확히 관통했다. 항상 경호원을 대동하며 잠잘 때도 권총집을 풀지않을 정도로 치밀했던 그가 미처 손쓸 틈없이 순간적으로 당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그를 헤이그 전범재판에 세우지못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그의 피살소식을 확인했다. 유고의 관영 탄유그 통신은 『1층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복면을 한 저격병들이 기관총 세례를 퍼부었다』며 『이들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를 남기지않은채 사라졌다』고 전했다.
슬로베니아 태생으로 본명이 젤리코 라즈나토비치인 아르칸은 전쟁과 살인을 방편으로 부와 명예를 움켜쥔 세르비아의 대표적 극우주의자. 80년대초 유고 연방의 비밀경찰에서 테러를 시작한 그는 91년 크로아티아 내전 발발 전까지는 주로 서방에 있는 반체제 인사의 살인음모에 관여해왔다. 70,80년대에는 강도, 은행털이 등으로 국제경찰(인터폴)의 수배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신유고측에는 「세르비아의 영웅」으로, 서방측에는 「인종청소업자」로 급부상한 것은 91~95년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내전을 통해서. 당시 세르비아 게릴라에 대한 무기공급을 책임졌던 그는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타이거스를 통해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내의 분리독립주의자에게 무자비한 살인행각을 벌였다.
이로 인해 97년 9월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TY)에 의해 전범으로 기소됐다. 반대로 세르비아내에서는 국회의원으로, 또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클럽인 「오빌리체」의 소유주로서 부와 명예를 누렸다.
그를 살해한 측의 배경과 이유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그에게 원한을 가진 측의 보복행위라는 설과 함께 그의 막역한 친구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쪽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밀로셰비치로서는 그의 「범죄행위」로 인해 자신에게까지 피해가 미칠지 모르는 상황을 막을 필요가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밀로셰비치의 정국 장악력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그가 서방측과 모종의 거래를 했으리라는 추정아래 밀로셰비치측이 그의 「반란」을 사전에 차단했으리란 분석도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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