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코미디언 열전](9) 혜성처럼 떠오른 개그계'젊은 추장'심현섭
알림

[코미디언 열전](9) 혜성처럼 떠오른 개그계'젊은 추장'심현섭

입력
2000.01.17 00:00
0 0

'개그콘서트' 심현섭『밤바야아아~』 「사바나의 아침」은 일요일 저녁 9시에 밝아온다. 그리고 아이들은 웃음으로 뒤집어진다.

섬광이었다.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와서 침체된 개그계에 불을 지폈다. 웃음 갈증에 시달리던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터져나오는 시원시원한 개그에 눈물을 삼키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1999년 최고의 히트 상품 KBS2 「개그 콘서트」의 사바나 추장, 심현섭(29). 딱 1년 만에 그는 개그계 왕좌에 올랐다. 11일 「출발 드림팀」 촬영차 제주도에 갔을 때 그는 자신이 「서태지」인 줄 알았다고 한다.

플래카드를 들고 몰려든 아이들로 차량 유리창이 깨질 뻔했다. 수백명의 아이들은 촬영장인 남영고등학교 체육관으로 몰려와 심현섭을 외쳤고, 그의 주문을 따라 외웠다. 전국의 아이들은 지금 사바나 부족민이 되고 있다.

사바나의 아이디어는 서울 압구정동의 노점상 아주머니들에게서 나왔다. 『노점상 아주머니들의 투박하면서 구수한 말투가 인상적이어서 재미있는 개그 소재가 될 것 같았다』 그의 장기인 성대 모사는 주변에 대한 이런 세심한 관찰에서 나온다.

『대화 중간 중간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성대 모사에 들어간다. 웃어른과의 대화에선 감히 그럴 수 없어 돌아서서 흉내낸다』 TV에서 보이는 개그 모습은 그의 일상과 똑같다.

오지명, DJ, 국악인 조퉁달, 이다도시 등의 성대 모사가 탁월하다. 하지만 성대 모사로 이렇게까지 뜬 개그맨은 없다. 모사로만 따진다면 사실 심현섭의 성대 모사는 흉내 대상과 똑같지 않다. DJ의 성대 모사는 엄용수가 최고다.

하지만 심현섭으로 걸러진 DJ는 더욱 코믹하다. 자신만의 특이한 개성을 싣기 때문이다. 어릿광대를 닮은 입과 표정도 빼놓을 수 없지만 최대의 강점은 우리말의 리듬과 억양을 독특하게 살려낸다는 점이다. 『닥치~라』 『미 ~나』처럼 말의 고저와 장단을 특이하게 비틀고 살려 웃음을 유발한다.

그에게 이런 개그적 소질을 부여하고 오늘에 있기까지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은 바로 작고한 부친이다. 그의 부친은 83년 미얀마(구 버마) 아웅산 국립묘지 폭발 사건으로 숨진 민정당 총재비서실장 심상우씨. 부친에 대한 기억은 남다르다.

『탁월한 유머 감각을 가졌고 매우 소탈한 분이셨어요. 약주를 한잔 하고 오시면 음악을 틀어놓고 저와 춤을 췄고, 평소에도 저를 낚시터에 데리고 다니면서 쉴 새 없이 웃기셨어요』 그런 부친을 사고로 여의게 된 것은 크나 큰 상처였다. 영민하던 그는 그 뒤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반에선 꼴찌를 달렸다고 한다. 복잡한 세상의 얽힌 그물에서 그에게 다시 힘을 준 것은 부친의 그 호탕한 웃음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래서 즐겁게 세상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4남매의 막내로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그맨으로 뛰어든 것도 웃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그계에 발을 디딘 것은 96년 SBS 6기 개그맨으로 입사하면서부터. 무대 방청객의 분위기를 돋구는 바람잡이로 활약하다 지난해 KBS로 옮겨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에서 이다도시 흉내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7월 드디어 「개그 콘서트」로 「물」을 만났다. 연기 위주의 꽁트 코미디에 약점을 가진 그가 개인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열린 형식의 공연무대였다.

본격 개그맨으로선 그는 지금 「지존」이다. 지존의 머리 속엔 늘 하나의 소박한 생각 뿐이다.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웃길 수 있을까?』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내가 본 심현섭] '개인기' 탁월 연기호흡 약점

SBS에서 그는 「바람잡이」로 유명했다. 그때 벌써 「동물의 왕국」을 흉내낸 「사바나의 아침」을 레퍼토리로 사용해 인기를 모았다. 지금도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가보지도 않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어떻고 페루가 어떻고 그렇다.

그동안은 개인기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꽁트식 코미디에 필요한 연기 호흡이 부족해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개그 콘서트」로 빛을 봤다.

이 프로가 개인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일종의 장기자랑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의 개성적인 성대 모사는 정말 탁월하다. 약점인 연기 호흡만 보완한다면 더욱 성장할 개그맨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