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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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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름다운 사람

입력
2000.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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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부인 셰리여사는 지난 10일 런던 중심가의 블랙 프라이어스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다 당황했다. 포르투갈에서 휴가를 마치고 막 돌아와 주머니에는 포르투갈 동전 뿐이었고, 역의 승차권 자동판매기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변호사인 그는 재판시간에 맞추기 위해 무임승차를 했고, 도착지인 루튼역에 내려 검표원에게 사실을 밝히고 벌금 10파운드를 신용카드로 냈다.■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사장은 지난 6일 소니의 경영상태 등을 감안할 때 주당 2만엔이 적정 가격이어서 이날 주당 2만5,700엔인 소니 주가는 분명히 거품이라고 진단했다. 또 소니 주가가 4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당시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자사 주가를 거품이라고 말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날 도쿄 증시에서 소니를 비롯한 우량주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두 사람의 이같은 행동은 우리 주변에 견줄 때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들은 영국의 퍼스트 레이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가 아닌가.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영국과 일본의 저력이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런던의 지하철 매표소 관리회사 관계자는 『그의 행동은 우아했다』고 극찬했고, 일본 증시 관계자는 『사장의 솔직함이 한마디로 놀랍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큰 감동을 주는 행동이다.

■우리는 어떤가. 총리가 새로 취임한데 이어 9개 부처 장관이 교체되고,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직함과 용기를 갖춘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민단체들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부적격」 정치인 낙천·낙선운동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나 잘 나가는 회사일수록 주가 조작, 내부자 거래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새 천년 출발점에서 우리도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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