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영화 「거짓말」을 상영하는 서울 강남의 한 개봉관. 팝콘 봉투를 든채 서성이거나 영화안내 팜플릿을 살피는 관객들의 모습은 여느 상영관 앞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다만 「논란의 영화」를 곧 보게된다는 사실때문인지 상영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얼굴에 다소의 긴장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이날 4회째 상영분은 200여 좌석중 50여석만을 채운채 시작됐다. 사도마조히스트적 성행위가 난무하고 영화가 상영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스프레이와 모자이크가 스크린을 덧칠한다.
하지만 스크린밑의 관객은 엉뚱하다. 어울리지않게 실소가 터져나오고 『아,저기서 잘렸다』며 무삭제 CD판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꾸벅꾸벅 조는 관객도 여기저기 눈에 띄였고 상영 도중에 자리를 털고일어서는 이도 있다. 1시간40분 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다소 짜증이 난듯 입을 모은다. 『도대체, 이 영화가 어쨌다는거야?』
적어도 관객들은 거짓말에 시큰둥해했다. 개봉첫 주말 이틀(8,9일)간 서울에서 7만명이 다년간뒤 급전직하한 관객수가 이를 증명한다. 『지루하다』『추천할 생각 없다』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이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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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어떤 장면이 잘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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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판관은 관객이다"
검찰 속전수사 주중 결론낼듯
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극장밖에서의 「거짓말 논쟁」은 뜨겁다. 개봉전 두번의 등급보류판정 과정은 차치하더라고 「음란폭력성 조장매체 대책 시민협의회」(음대협)가 영화감독과 제작사 극장주 등을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6일 검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진 「음란물 논쟁」은 거짓말을 공전의 화제작으로 만들었다.
음대협은 고발장에서 거짓말에 대해 『영화내용의 70%이상이 미성년자 여고생과 유부남의 변태적 성행위를 묘사한 것』이라며 『한마디로 영화를 가장한 포르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기에 거짓말이 원조교제를 조장, 확산시킬수 있는 위험한 내용이라고 덧붙인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거짓말은 관객들에 의해 심판 받을 것이지 공권력이 나설 일은 아니다. 영화를 수용자의 몫으로 돌려야한다』(양윤모·영화평론가) 영화인들은 또 『포르노물의 기준인 선정성 자극이 「거짓말」에는 없다』고 주장한다.
또「원조교제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Y와 J, 둘사이의 관계는 이른바 원조교제가 아니라 격정적으로 사랑하는 관계』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둘 사이의 논란과 무관하게 영화 거짓말은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성욕을 자극하거나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풍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라는 사법기관의 음란물 판단 잣대를 앞에 두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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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포커스] '거짓말' 어떤 장면이 잘렸나
세번의 심의과정에서 「거짓말」은 약17분 정도의 분량이 삭제됐다. 반윤리적 느낌을 주거나 비도덕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몇몇 장면과 직설적인 성기 지칭대사 등 서너장면을 삭제했다는 것이 신시네 관계자의 얘기. 그리고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는 장면은 주요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여고생 Y가 중년남자 J와의 피학적 성행위를 한뒤 학교 화장실에서 친구에게 맞은 엉덩이를 보여주는 컷. ▲Y가 원조교제를 하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친구의 전화를 건네받아 다짜고짜 『나 너와 X하고 싶다』고 거침없이 내뱉는 장면. ▲J와 Y가 성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성기와 항문 등을 보면서 저질스러운 표현을 주고받는 장면들 ▲반복되는 가학 피학적 성행위 장면 등이 부분적으로 가위질 당했다.
그러나 삭제 필름을 본 한 영화관계자는 『오히려 건조하게 반복되는 가학 피학적 성행위들이 부분적으로 잘려나감으로써 더 자극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삭제가 오히려 영화를 더 빛나게 해줬다는 평가도 하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월요포커스] 검찰 속전수사 주중 결론낼듯
영화 거짓말의 사법적 판단이 이르면 이번 주중 결론날 전망이다.
검찰은 이번 주초부터 참고인과 피고발인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에 따라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중 등급보류를 끝까지 주장한 1명과 상영허가 의견을 낸 위원중 1명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2차례의 등급보류 판정을 번복하고 상영허가를 내린 경위를 조사하면 자연스럽게 음란성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입장.
검찰은 또 음란성의 잣대는 시대상황에 따라 바뀌는 점을 감안,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렴한후 영화 제작자인 장선우감독, 제작사인 신씨네의 신철 대표를 조사키로 했다.
음란성이 입증되면 검찰은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하고 극장주들에게 1차 상영중단을 권고한 후 이에 불응하면 필름압수조치와 함께 극장주도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사법처리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수사는 성개방 추세와 맞물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문화계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성욕을 자극하거나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풍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란 음란성의 판단기준이 모호하다.
검찰은 특히 사회적 합의절차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영허가된 영화에 대해 사법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같은 고민에도 불구, 이 영화의 음란성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강경하다.
내용이 삭제되기 전의 원본 CD롬을 본 검찰은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모자이크 처리가 됐지만 남녀배우의 성기가 드러나는 장면 섹스로 시작해 섹스로 끝나는 줄거리 가학과 피학의 변태적 성행위 38세의 유부남과 18세 여고생의 원조교제와 같은 소재 등은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상업적 포르노물에 가깝다는게 검찰의 의견이다.
정덕상기자
jfurn@hk.co.kr
■[월요포커스] 영화계 "판관은 관객이다"
영화인들 사이에 「거짓말」이 포르노냐, 아니냐는 더 이상 논쟁꺼리가 아니다. 영화인들은 음대협의 고발과 검찰의 수사가 우리사회의 전근대적인 통제와 규제중심의 이분법적인 성도덕과 문화에 대한 인식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문화로, 영화를 영화로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공염불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사회분위기를 「마녀사냥」이란 표현까지 쓴다. 음대협의 악의적인 설문조사나 불법복제물을 증거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의 태도는 결국 예술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는헌법이 보장한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데 검찰이 이를 뒤집는다면, 문화적 잣대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거짓말 제작자 신철씨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사전검열 성격을 띠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의 까다로운 심사절차를 통과한 영화를 비전문가의 편협한 시각에 의한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검찰이 어떤 조치를 내린다면, 그것은 문화적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예술은 최소한 규제를 거친 후에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다. 검찰이 18세미만이 관람하거나, 심의를 받지않은 거짓말의 불법유통을 차단하는 것은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것이지만, 합법적으로 상영중인 거짓말의 음란성여부까지 판단하는 것은 예술이 법의 노예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결국 법과 제도가 해야 할 역할은 창작의 규제보다는 그것을 올바르게, 부작용없이 수용하도록 하는 일이고, 그렇다면 작품에 대한 판단은 문화기구에 맡기고 수용자에 대한 규제와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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