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남회씨 '자서전 쓰기' 펴내요즘 열병처럼 번지는 주식 투자로 수십억을 벌었다는 한 젊은 졸부가 있었다. 한때 인생을 포기할까까지 하다가 기백만원으로 엄청난 돈을 번 그는 자신의 입지전적인 삶을 책으로 내서 알리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에게는 자신의 삶을 글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수소문해서 글 잘 쓴다는 한 소설가를 찾았다. 내 자서전을 대필해주시오. 그 소설가는 이것저것 따져 1억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흔한 자서전 하나 대신 써주는데 1억이라는 돈이 너무 커보였는지 이 졸부는 자서전 내겠다는 생각을 접어버렸다… 그리 드물지 않은 이야기다.
이름깨나 알려지면 누구나 이같은 책 하나 내지 않은 이 없을 정도로 흔하디흔한게 자서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자서전이란 것이 치부나 권력의 증명서 정도일까. 소설가 이남희(42)씨는 아니라고 말한다.
본업이 소설가인 이씨가 자서전을 쓰기 위한 안내서인 「자기발견을 위한 자서전 쓰기」(교보문고 발행)라는 책을 냈다. 말 그대로 자서전을 쓰는 요령과 방법을 12주의 타임테이블에 맞춰 정리한 실용적 책이다. 내용도 소설만큼 흥미롭다.
『글쓰기는 자신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수단입니다. 특히 여러분이 중년의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면 자신을 알고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클 것입니다』라고 이씨는 말한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씨 자신도 최근 몇 년간 「인생의 의미」라는 사춘기적(?) 의문에 고민해왔고, 자서전을 쓴다는데서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자서전 쓰기는 「글쓰기와 자신을 되돌아보기」 이 두 가지를 겸하여 한 사람의 삶의 의미를 캐내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진짜 자서전은 자기과시를 위한 수단이나, 대필(代筆)로서는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 책에서 글쓰기의 기초를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 마음」과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기, 스스로의 성격유형 파악에 이어 어린 시절과 청년·성년기, 중년의 위기에 관해 조목조목 따져본 뒤 수많은 실제 문장의 예를 들어가며 집필의 구체적 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스스로의 내면을 정확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대가 늙어서 머리가 희어지고 잠이 많아져/난로 옆에서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서/천천히 읽으라. 그리고 한때 그대의 눈이 지녔던/부드러운 눈매와 깊은 그늘을 꿈꾸라」는 예이츠의 시구에 나오는 「이 책」은 다름아닌 그대 스스로가 중년에 쓴 자서전일 수 있는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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