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의병(義兵)이 되어서라도 보답하겠다』정덕구(鄭德龜·사진)전 산업자원부 장관. 환란(換亂)와중이었던 97년1월 뉴욕외채협상을 한국에 유리하게 이끌어 외환위기극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정 전장관(당시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은 「1·13개각」에서 29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표표히 자연인으로 돌아 갔다.
정 전장관은 14일 이임사에서 『29년간 공직을 성직으로 여기고 「정열에는 질량불변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한 올 남김없이 나라를 위해 정열을 불태웠다』며 『앞으로도 「존재의 이유」가 있는 곳에서 일하겠다』고 밝혔다. 유임이 유력시됐던 그가 경질된 것에 설이 분분하지만, 퇴임후에도 조만간 「큰 일」을 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 전장관은 지난해 5월 산자부장관 취임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4시30분에 기상, 불도저처럼 공기업 구조개혁과 부품소재산업 육성,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전자상거래 준비 등 산업경쟁력강화, 수출확대를 통한 무역흑자관리 등에 힘을 쏟았다. 「환란수습의 실무주역」에서 강한 기업과 산업을 갖기 위한 「산업경쟁력강화의 조타수」로 변신한 것. 실물경제가 튼튼해야 환란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 전장관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와 파격적인 정책아이디어는 개방경제시대 좌표를 잃고있던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힘없는 부처로 인식됐던 산자부의 위상에도 변화가 모색됐다. 산자부 관계자는 『정 전장관 재임시의 근무강도는 과거보다 2-3배에 높았던 게 사실』이라며 『장관의 업무지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일부 직원들이 불평을 쏟아내고 오해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천관가에서는 업무추진력과 돌파력을 겸비한데다 청와대의 신임이 여전히 두터워 정 전장관의 재등용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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