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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탈북자' 외교상대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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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탈북자' 외교상대를 읽어라

입력
2000.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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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러시아 국경에서 체포됐던 탈북자 7명이 12일 북한으로 송환된 사건은 신분이 노출된 탈북자를 우리나라로 데려오려다 실패한 첫사례로 꼽힌다. 지금까지 탈북자의 한국행은 철저한 보안속에 진행돼 왔다. 탈북자들이 우리 땅을 밟고 나서야 그 사실이 가명과 함께 알려지는 게 통상의 절차이다. 이렇게 데려온 탈북자가 지난해 141명에 이른다.그러나 이번 사건은 탈북자의 이름과 얼굴, 탈북경로와 억류장소 등 탈북과정 전반이 노출되면서 이 경우에도 한국행이 가능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결과는 비극이었다.

물론 일차적 책임은 러시아와 중국의 인도주의적 관용만을 기다리며 안이하게 대처한 우리 정부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외교력 부재만을 탓하는 것은 이번 사건의 교훈을 제대로 읽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 사건을 통해 『주권행위에 대한 간섭은 (한국이)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러시아가 가급적 많은 탈북자들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하고 한국행을 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소망이 지나쳐 상대방의 입지를 좁히게 될 때 탈북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새겨야 한다. 97년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자의 제3국 우회로가 언론에 적시되면서 그 나라가 통로자체를 봉쇄한 것은 좋은 예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특히 과거 북한과 혈맹관계를 맺었던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탈북자 문제의 경우 더욱 더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번 사건은 탈북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따져 볼 때임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김승일 정치부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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