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를 하느냐 마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월가(街)에 투자했다가 하루 아침에 떼돈을 버는 동료를 보면서 미국의 지식인이 신음소리를 쏟아낸다. 벤처로 벼락부자가 되는 젊은 기업인들이 실리콘밸리가 아닌 한국에서도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벤처회사에 투자해서 돈방석에 올라앉은 사람들은 더 많은 것같다. 인터넷이 몰고온 벤처와 투자열풍이 사람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총선거가 다가온다. 정치와 인터넷은 닮은 데가 있다. 바로 힘의 원천이 접속이라는 점이다. 접속이 많으면 그 인터넷 사이트는 힘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정치인도 접속으로 힘을 얻는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정보와 힘을 가진 실력자와 접속이 잘 되어야 하고, 출마를 하면 유권자의 표와 접속됨으로써 선거가 판가름 난다. 선거가 가까워지자 이회창총재나 이인제씨가 힘을 얻는 것도 과거의 접속건수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인터넷 문화와 정치 문화가 어떤 접속양태(樣態)를 보일까. 4월 총선은 인터넷이 광범하게 활용되기 시작한 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이다. 인터넷이 단순히 광고판이나 우체원같은 메시지 통로의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쌍방향 통신의 미디어로서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인가. 아마도 후보의 대결은 현실의 유세장뿐 아니라 가상유세장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콘텐츠(내용)와 접속에 대한 유혹경쟁이 구경거리이자 논쟁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또 하나 관심은 인터넷 기업인들의 정치적 태도이다. 그들은 돈이 있고 정보화사회에서 힘의 흐름을 감지하는 능력을 갖춘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과거 재벌처럼 권력과의 유착으로 억만금을 모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정치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자라나는 기업인들이다. 그리고 기존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갖고 있는 선거용 매력을 보고만 있을까. 인터넷과 정치, 벤처기업인과 정치의 접속이 또하나의 총선 구경거리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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