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제국 마이크로 소프트(MS)의 얼굴이 13일 바뀌었다. 지난 25년간 MS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일궈온 빌 게이츠 회장의 경영 2선후퇴는 그 자신과 MS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그의 퇴진은 우선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의 독점판정에 따른 MS의 분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다.
「권력이양」이 수년간 준비돼왔다는 MS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3개사로의 분할」이 제재조치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직후 퇴진발표가 나왔기때문이다. 신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의 취임 일성 역시 『MS를 분할하는 것은 고객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무모하고 무책임한 처사』였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 혁명으로 인해 도스(DOS) 및 윈도로 구축된 MS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웨어는 퍼스널 컴퓨터(PC)가 아닌 중앙 서버에 장착되고 있는 추세며 인터넷 접속 수단이 휴대폰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PC 시대」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MS의 CEO 교체는 점증하는 인터넷의 중요성을 재확인해준 사건이라는 평가다.
게이츠 회장도 이날 자신의 새 직책을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자」(CSA:Chief Software Architect)로 규정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돌아가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인터넷에 기반한 차세대 윈도서비스 플랫폼(NGWS)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사실 MS는 인터넷 이용과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최근 전통적 미디어업계의 거물 타임워너를 삼킨 아메리카 온라인(AOL)을 비롯, 야후(Yahoo!), 소프트뱅크 등 새로운 인터넷 강자들의 추격을 받아왔다. 지난해 미 컴퓨터 전문지 「PC위크」가 선정한, 미래 정보기술(IT)세계를 움직일 15인에 게이츠가 빠진 것도 이를 반영한다.
MS는 이에 따라 보다 간편하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새로운 핸드헬드(hand- held·휴대) 기기용 OS 개발에 주력해왔다. TV, 냉장고, 개인 휴대용단말기(PDA) 등 각종 생활 가전제품과 PC를 결합해 인터넷에 연결되도록 하는 「PC 플러스」시대를 이끌겠다는 게 MS의 전략. 이를 위해선 소프트웨어 설계의 귀재인 게이츠의 재능을 100% 활용할 필요가 있고 이번에 그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시대가 오고 있다. 모든 정보는 디지털로 유통된다. 사이버 공간에서 승부가 결정 난다. 첨단기술 사업은 부단히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도 가속화하고 있기때문에 MS가 보다 빨리 움직이지않으면 경쟁자에게 추월당할 것은 자명하다』 빌 게이츠가 지난해 발간한 저서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는 비즈니스」에서 예상했듯 MS가 벌써 시험대에 올랐다. 새로운 세기, 게이츠의 도전이 주목된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발머는 누구인가] "저돌적 경영스타일 아이디어맨"
MS의 새 조타수를 맡은 스티브 발머(43)는 빌 게이츠(44)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MS의 창업공신이다. 발머와 게이츠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기숙사의 위아래층에서 생활하며 절친한 사이가 됐다.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발머의 아버지는 스위스 이민 출신으로 평생을 포드 자동차에서 일해 이사까지 지낸 포드맨이다.
게이츠는 대학을 중퇴했지만 발머는 응용수리경제학을 전공,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후 프록터 앤드 갬블에 입사했고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80년 창업 5년째로 초창기이던 MS에 게이츠의 초청으로 입사해 마켓팅의 토대를 닦았다. MS가 IBM과 제휴를 맺어 PC의 운영체계 프로그램을 개발, 고속성장의 단초를 마련한 것 등 MS의 주요 성장전략은 상당 부분이 발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94년 게이츠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서 우정을 과시했고 98년 영업과 경영 부문을 책임지는 사장직에 올라 게이츠의 후계자로 꼽혀왔다. MS의 성장과 함께 그의 재산도 100억달러를 넘어서 미국내 다섯번째 갑부가 됐다.
조깅과 농구를 즐기는 근육질 체격의 발머는 외모처럼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MS에 대한 정부의 반독점소송에 대해서 그는 오래전부터 『무책임하고 무모한 짓』이라고 직격탄을 쏘아왔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