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의해 중국으로 추방됐던 탈북자 7명이 12일 북한으로 송환된 사건은 인도적인 견지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또한 이 사건은 우리에게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을 일깨워 준다. 북한에 강제송환된 이들의 운명이 어떠리라는 것은 굳이 표현할 일도 못된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노력이 모두 허사가 된 것 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외교적 실패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지난 과정을 점검해 보는 것도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오비이락인가, 아니면 이 사건이 빌미가 됐는가는 모르지만 홍순영 외교통상부장관이 13일 개각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탈북자문제를 조용하게 처리해 왔던 정부방침이 그의 퇴임을 계기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럴리 없지만, 만약 홍장관의 교체이유가 이 사건처리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 외통부장관의 자리는 파리목숨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탈북자들을 사지(死地)로 돌려보낸 중국은 13일하오 우다웨이(武大偉)주한대사를 통해 『이들이 경제적 이유에서 밀입국했기 때문에 북·중 국경조약에 따라 북한에 송환했다』고 밝혔다. 인도적 고려나 우리의 동포애적 호소가 국제정치의 냉혹한 장벽앞에서 무참히 배척된 경우다. 러시아와 중국의 비인도적 처사를 비난하기에 앞서, 이제까지의 「조용한 대 북방외교」에 허점이 없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건이 북방정책 전반에 손질을 해야 할 만큼의 사안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탈북자 문제는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의 문제다. 어디까지나 제3국 처지인 우리정부가 개입하는 데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한다. 그럼에도 그간 이들 국가로부터 협조를 얻어 온 사례들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의 각종 NGO단체들이 거둔 탈북난민 돕기 성과는 이들의 묵인 혹은 양해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탈북자 문제에 관한 한 지금까지의 조용한 실리추구 방식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이들이 북한과 반세기 이상의 혈맹관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한 걍력한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요구는 당연하다. 또한 탈북자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양국이 운신의 폭을 제약받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문제로 기존의 한·중, 한·러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새 외교사령탑은 지혜와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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