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재소자 1,800여명이 집단 학살됐다는 미국 비밀문서가 공개된데 이어 비슷한 시기에 대구형무소 재소자가 집단 학살된 장소로 보이는 폐광에서 유골이 발견됐다.경북 경산시 평산2동 주민들은 14일 동네 뒷 산 폐쇄된 코발트 광산 입구에서 30여㎙ 들어간 지점에서 10여구 이상으로 추정되는 두개골과 골반뼈 등을 발견했다. 동네주민들은 한국전쟁 당시 폐광에서 집단 학살이 저질러졌다는 소문에 따라 이날 폐광 입구의 돌무더기를 헤치고 들어가던 중 흩어져 있던 유골들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이 유골이 당시 대구형무소 재소자 및 국민보도연맹원들의 것이라면서 폐광 입구에서만 10여구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폐광 내부에는 수백구의 유골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유골 더미를 발견한 주민 김모(70)씨는 『50년 8월 중순 북한군의 진격으로 대구지역에 소개령이 내려졌을 때 정치범으로 보이는 재소자들을 이 곳으로 끌고와 총살하거나 산 째로 수직갱 속에 밀어넣었다』며 『수일간 밤마다 콩볶는 듯한 총소리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주변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붉게 물든데다 악취가 심해 농사를 짓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또 박모(70)씨는 『미결수로 대구형무소에 수감중이던 동생(당시 23세)이 8월 중순 대구지역 소개령 발효를 전후해 진주형무소로 이감한다고 한 뒤 소식이 끊겼으며, 이 후 달성군 가창굴로 끌려가 학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10여년 뒤 정부로부터 「○○지구에서 전사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장을 발견한 주민들은 한국전쟁 당시 전국노동조합평의회 대구경북지역 운수노조위원장 이병옥과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지사장 서리 김도재 등 대구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 회원들이 이같이 처형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대구지역에서 사상범을 학살한 장소는 이곳 외에도 대구 달성군 가창댐 주변과 동구 공산댐 하천변, 달서구 상인동 계곡등 대구 외곽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산=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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