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개각신드롬」을 앓고 있다.신임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이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에 의한 인위적 환율조정은 없을 것』『기업들은 수출경쟁력을 환율에 기대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1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이 개장초부터 10원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은 「환율이란 내재가치를 반영해야한다」는 원론적 얘기였지만 원·달러환율이 절상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은 마치 절상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환율이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14일 『인위적 개입은 안하겠지만 급등락할 경우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 Operation:조심스런 일상적 시장개입을 의미)은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환율은 낙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외환시장은 지난번 개각후에도 당시 강봉균(康奉均)장관이 한 외신인터뷰에서 『직접적 시장개입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시장불개입」으로 전해지면서 한차례 환율이 요동을 친 바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고당국자의 원론적 발언을 시장이 다소 과장되게 받아들인 면도 있다』며 『그러나 그런 증폭 자체도 하나의 시장현상이고 토씨하나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자신의 말이 어떻게 전해질지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라운지] 이헌재-진념장관 "긴밀한 협조" 약속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이 취임 첫날(14일) 첫 일정으로 팔레스호텔에서 진 념(陳 稔) 기획예산처장관과 단독조찬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이번 개각에서 두 사람은 재경부장관 후보로 막판까지 거론됐던 당사자들이다.
○…이 장관은 전날 개각발표 직후 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조찬을 제의했다. 이 장관이 진 장관과의 만남을 서두른 것은 재경부장관 경합과정에서 의도와는 관계없이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 나이, 고시기수, 과거직급등 모든 면에서 진 장관이 선배임에도 불구, 결과적으로 이 장관이 경제팀장이 됐기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어색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만약 거시경제정책의 두축인 재경부와 기획예산처가 서로 삐걱거릴 경우 경제팀은 제대로 굴러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장관과 진 장관은 이날 조찬을 통해 개각과정에서 생긴 「앙금」을 털고 각각 경제팀장으로서, 관료선배로서 최대한 협조키로 약속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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