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북면의 산골마을에서 살던 16년전, 중학교에 입학한 때로 기억된다. 외가에서 오골계 한 마리를 선물했다. 통통하게 잘 키워 약으로 쓰라는 것이었다. 정성을 다해 키웠더니 몇 달이 지난 어느 날부터 알을 낳기 시작했다. 오골계 알은 하얗고도 작아서 앙증맞아 보였다. 오골계가 알까지 낳아주다니,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그러나 문제도 없지 않았다. 조금씩 커가면서 모이를 무척이나 많이 먹었고, 집 주위를 온통 쑤시고 돌아다니며 곡식을 쪼고 아무데서나 배설했다.
처음에는 알을 낳기만 하던 오골계는 가을이 되고 해가 짧아진 뒤로는 알을
품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골계 알은 무정란이어서 아무리 품어도 새끼가 나오지 않았다. 이웃에서 유정란을 구해와 품게 했더니 자기 알인양 정성을 다했다. 20여일이 지난 후 병아리가 알을 박차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작고 예쁜 병아리 다섯 마리였다.
너무나 기뻐 병아리를 잘 키워보겠다며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총동원했다. 항생제를 먹여 병을 예방하고 모이도 듬뿍 주면서 불철주야 감시를 했다. 오골계는 병아리 다섯 마리를 이끌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행운뒤에 찾아올 불행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둑 고양이가 병아리를 덮쳤다. 처음 한 마리를 잡아먹은 고양이는 재미를 붙였는지 나머지 병아리도 모조리 잡아 먹었다.
급기야 어느 새벽 요란한 닭 울음소리에 놀라 문을 박차고 나갔더니 오골계가 고양이의 이빨에 물려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었다. 병아리의 탄생을 좋아했더니 결국은 오골계까지 죽게 된 것이다. 오골계가 없었다면 몰랐을 인생의 처참한 단면도 보게 된 셈이다.
요즘 대학입시에서 떨어진 학생이 기가 죽어있는 모습을 주위에서 자주 보면서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른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좋은 일이 나쁜 경험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이 약이 될 수도 있다.
나 또한 대학 입시에서 한번 실패하고 그 뒤로도 이런 저런 시험에서 여러번 낙방했다.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될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희망을 잃어선 안된다. /남정태·사회복지사·서울 동대문구 이문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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