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찾아가지 왜 나를 찾아왔는가. 『경찰의 일처리가 신통치 않아서 입니다』-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나를 찾지 않았는가. 『…』
말론 브랜도의 실감나는 연기로 우리뇌리에 생생한 미국영화 「대부」1편의 시작 장면에서 경찰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일을 부탁하러 온 「고객」과 해결사인 마피아 보스가 나누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시나리오 라이터 겸 감독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코폴라가 연출한 「대부시리즈」는 마피아라는 범죄집단의 내면을 그린 70년대의 대표적 미국 갱 영화다. 암흑가의 1인자 돈은 경찰은 물론 심지어 정계에 까지 손을 뻗친다. 도박·마약·밀수등 「돈되는 일」에 손을 대 한몫 챙기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유착은 불가피했다. 요즘 조직폭력배들이 「사업」을 위해 경찰의 비호를 받거나, 정치권을 보호막으로 삼는 경우와 다르지 않다.
■불세출의 명우(名優) 말론 브랜도와 알 파치노가 이 영화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속죄와 구원이다.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든 갱단의 보스가 만년에 부딪친 필연적 한계앞에서 대물림등을 고민하다가 사라져 가는 모습에 영화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속의 얘기처럼 만약 갱단이 경찰이나 정치권의 비호를 받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공권력 대신 마피아라는 범죄조직을 찾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면 약육강식의 폭력사회일 뿐이다.
■대구의 한 경찰서장이 조직폭력배를 해결사로 동원했다가 검찰에 구속된 사례는 한편의 코미디다. 이 경찰서장은 자신의 부인이 사업하다 부도낸 당좌수표 회수와 돈을 갚지않는 채무자를 협박하기 위해 조직폭력배 손을 빌렸다고 한다. 이쯤되면 경찰서장인지, 조직폭력배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래도 부정한 일에 자신의 부하 경찰관을 끌어들이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 해야 할까.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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