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투자자에게는 두가지 주문만 있습니다. 상한가 사자와 하한가 팔자주문이죠』 『코스닥 투자자에게 종목을 추천하며 장기간 묻어두라고 하면 비웃음을 삽니다』 증권사 코스닥 담당자들의 푸념이다. 모 증권사 최근 전략회의에서는 『시황이고 뭐고 쓰지말자』는 탄식도 나왔다. 나스닥을 그대로 따라가는데 한국시장을 분석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코스닥시장의 전망이 암울하다. 단기적인 수급·가격부담이나 7,800억원에 이르는 미수금 탓이 아니다. 오히려 올해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규모가 줄잡아 10조원에 이르고 인터넷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의 전망도 어느 해보다도 밝다. 지난해와 달리 첨단기업들의 매출과 순이익도 올해부터 폭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의 92%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와 매매패턴이 달라지지 않는 한 시장의 건강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종목을 찾아도 「일주일내 2배」「한 달내 4배」식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 최근 장에 대해서도 한 시장전문가는 『주가가 오를 때 적정주가가 무시됐듯이 내릴 때에도 바닥을 예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고가 대비 절반에 불과한 주도종목들의 주가가 바닥을 확인하고 가격대를 형성해야 주변주들도 자리를 잡는데 오를 때는 성장가치만 보고 내릴 때는 실적만 보는 극단적인 투자심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이같은 머니게임식 투자패턴에 코스닥시장의 고질적인 전산망부실이 가세한 장님투자 양태와 시장에 대한 「단기 황금시장」관점이 변하지 않는 한 코스닥의 냄비장세는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최근 장이 폭락하는 원인은 일단 나스닥시장의 성장-실적논란에 기인한 지수하락 영향이 크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6000억대 가까운 매수세를 보였던 투신권이 이달 들어 2,000억원 가까이 매도하는 등 투자주체도 없고 심리도 급격히 위축된 상태. 주도주들도 방향성을 잃고 우왕좌왕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외국인들의 코스닥 투자패턴은 시사하는 바 크다. 나스닥지수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최근 3일동안 고가 주도주를 중심으로 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산업자체의 성장성과 대표주로서의 가치에 투자한 것. 신흥증권 김관수코스닥팀장은 『2월께부터 12월 결산법인들의 실적이 공개되고 투신권이 매수여력을 회복하면 종목별 차별화가 본격화하고 지수도 계단식 상승이 예상된다』며 『투자자들이 유행이나 단기 시황에 흔들리지 않고 해당업종의 1등종목을 찾아 투자하겠다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설종록선임연구원은 『코스닥 종목은 이미 대부분 손절매타이밍이 지났다』며 『냉정하게 판단해 보유주가 가치우량주라면 투매를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보유물량 어쩌나" 개미들 발동동
『정부는 코스닥을 회생시킬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
코스닥이 올들어 폭락세를 보이자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분노의 함성을 터뜨리고 있다. 인터넷상의 주식정보 사이트에는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팍스넷(www.paxnet.co.kr)에는 「피해자」임을 명시하고 『코스닥이 망하면 경제도 망한다. 코스닥 죽이기의 장본인 정부는 각성하라』는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일부 사용자는 한통프리텔과 한솔PCS 등 지수영향력이 큰 종목의 기업들을 상대로 주가부양책을 요구했고 「코스닥거품론」이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지금이야 말로 저가주를 매입할 수 있는 호기라며 투매자제와 냉철한 분석을 당부하는 투자자도 있다.
미래벤처가 운영하는 사이트(www.gomvp.com)에서 한 투자자는 『최근 며칠동안 혼돈의 시기를 걷고 있지만 이럴수록 긴 안목으로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에 임해달라』도 당부했다.
증권사 지점에는 동시호가때부터 팔자주문이 쇄도하면서 투매양상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공모신청으로 받은 차익실현 매물성 주문도 있었지만 기대감을 상실한 뇌동매매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지적됐다. LG증권 장병국 상계지점장은 『나스닥이 하락한 것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종목에 상관없이 대거 팔자주문을 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전화상담을 통해 『보유한 물량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LG증권 김진수 연구원은 『투매는 투매를 부르고 시장안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며 투자자들에게 냉정을 되찾을 것을 당부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버블주 판단땐 팔고 주도주 장기보유를
전망은 흐리고 투자전략은 방어 위주로 흐른다. 현재 지수지지선은 200선까지 물러나 있다. 이 마저 무너지면 장은 작년 10월초 상황으로 복귀한다. 급락기를 빠져나오지 못한 매물이 상당수 대기하고 있어 반등해도 이를 단숨에 소화해 내기에는 시장 에너지가 약한 편이다. 무엇보다 수급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코스닥 종목 대부분은 기업가치에 의한 적정주가 산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성장성이란 불확실한 지표에 의존해왔다. 이는 주가가 급등-급락하고 천정-바닥을 모르는 이유다. 지금처럼 폭락장에서 매도는 매도를 부르는 불안한 시장분위기에 빠진다. 반대로 장에 동기만 부여되면 매수가 매수를 부르는 급등장도 가능하다. 「증시 식민지」란 말처럼 미 증시와 동조화한 이유는 이같은 성장성의 바로미터를 나스닥에서 찾은 탓이다. 결국 지금 상황에선 나스닥의 급등만이 해결책인 셈이다.
반등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지금이 단기 바닥권이란 인식이 퍼져 있다. 또 가치보다 수급논리가 앞서 만들어진 거품이 빠지는 단계로 이것만 제거되면 재매수 시점이란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뚜렷한 매수세력의 부재로 시세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는 없다. 외국인은 주가가 아직 높다며 큰 규모의 투자를 않고 있다. 연말 대거 매수에 나선 기관은 꼭지에 사 물린 상태로 신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반등해도 과거같은 폭등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 급등한 성장주에 대한 방어적 시각은 여전히 시장의 한축을 이룬다. 일단 실적없이 주도주의 뒤를 따라 오른 버블주는 더 빠질 수 있어 팔고 나오라는 충고다. 물려 있는 종목은 손절매하되 낙폭이 너무 크고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면 장기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저가매수하려면 매수시기를 기존 주도주의 향배가 결정되는 시기까지 조금 늦추라는 의견이다.
매수종목은 기업내용이 뒷받침되는 종목군을 중심으로 하되 장기보다 단기매매가 유효하다. 앞으로 장은 극명하게 차별화해 「가는 주식」과 「못가는 주식」으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새로운 스타주의 발굴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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