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중국에 넘긴 탈북자 7명이 결국 북한에 송환된 사건은 우리 정부의 탈북자 정책의 한계와 대(對)4강 외교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까지 직접 나서 러시아와 중국정부에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 배려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사후통보 수준의 대답만을 들었을 뿐이다.러시아와 중국은 탈북자의 중국추방과 북환송환이 주권행위이고 국경조약에 근거한 국내법 절차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사태의 핵심은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이들 국가가 우리 정부의 요청을 외면한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러시아와의 교섭과정은 「따돌림 외교」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당초 지난달 8일 탈북자들에게 출국비자까지 내줄 만큼 협조적 태도를 보였으나 출국시한인 18일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3일 『비자발급은 실무직원의 행정실수』라며 태도를 돌변했다. 북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이런데도 이인호(李仁浩)주러시아대사는 27일 카라신 외무차관을 만난 뒤 본부에 긍정적인 전망을 보고했다. 결국 러시아 국경수비대는 3일만에 이들을 중국으로 추방함으로써 우리측은 러시아측의 「2중플레이」에 끌려다니다 뒤통수를 맞는 수모를 당했다. 허를 찔린 우리 정부는 홍전장관이 지난 4일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중국에 매달렸지만 끝내 북한 송환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매듭지어졌다.
우리 정부가 이들이 북송된 지 하루가 지난 13일 오후까지도 『중국이 우리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 이들을 단기간내 송환할 가능성은 없다』고 공언한 것은 안이한 외교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대목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對) 중국, 대 러시아 외교가 궤도에 올랐다』는 허상을 버리고 실체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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