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고 권력자 강우석한국 영화의 모든 길. 그를 통하지 않고는 한국 영화를 얘기하지도, 만들지도, 상영하지도 말라.
강우석(40) 감독은 어느 새 한국 영화계의 「최고 권력자」가 됐다. 흥행의 귀재에서 배급과 투자의 귀재로. 불과 1년 사이 그는 엄청난 영토를 확장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 30%가 그의 돈으로 만들어져 극장에 걸렸고, 그 영화에 한국 영화 전체 관객 60%가 몰렸다. 10여개 제작사가 그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남은 영화인들은 그를 두려워한다. 그의 권력이 가져올 횡포와 독단을 우려한다. 강우석은 지난해 파산을 각오한 도박을 했다. 『어떻게 해도 밥은 먹고 산다』며 가진 것 모두, 또 무리하게 빌린 돈 모두 털어 넣었다. 그리고 그의 「도박」은 성공했다. 『결과만 놓고 사람들이 매점매석이니, 독과점이니 하는 것은 불쾌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그가 벌어들인 돈(매출액)은 300억원. 올해는 더 전투적으로 달려들어 두 배로 올려 놓겠다고 한다. 그 전투는 벌써 시작됐다. 20여편의 한국 영화 투자 및 배급 라인을 짜놓았다. 「주노명 베이커리」에 이어 2월이면 「반칙왕」 「플란다스의 개」 「인터뷰」가 줄지어 개봉한다. 태원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할리우드 미라맥스 영화 수입도 본격화한다. 효능영화사가 수입하는 홍콩영화 배급도 자청했다. 8일 결성한 무한영상투자조합에 20억원을 투자, 대주주가 됐고 그 기금으로 만든 영화의 배급권도 가졌다.
그것도 모자라 2월에는 「신라의 달밤」의 메가폰을 직접 잡는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2년 만이다. 중학교 동창생인 깡패 두목과 고교 교사가 오랜만에 재회하면서 공교롭게도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이다. 박중훈과 이성재가 단 7분 만에 주연을 승락했다. 이것도 권력의 힘일까. 아니면 여전히 그가 흥행 감독이기 때문일까.
-감독까지,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 하겠다는 것인가.
『시작이 감독이듯, 마지막도 감독이다. 좋은 시나리오를 볼 때마다, 영화를 직접 찍고 싶었다. 이제 흥행보다는 「아직도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때처럼 객기 부리지 않고 웃음 뒤의 페이소스를 아름답게 드러내겠다』
-배우 이성재를 유난히 선호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믿음이 간다. 그래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귀모」의 주연으로 결정했다. 진실하며 내재된 끼도 무궁무진하다. 영화만 고집하고, 영화로 살다 죽겠다는 배우는 귀하게 생각하고 길러야 한다』
-제작 투자와 배급의 원칙은.
『흥행성이다. 지난해에는 작품성 보다는 관객들이 요구하는 조건들, 이를테면 다양한 장르와 확실한 캐릭터, 볼거리, 표현력을 갖춘 영화들이 성공했다. 당분간 이런 작품에 주력하겠다. 반면 「이재수의 난」 「마요네즈」 같은 명분 과시용이나 「학교전설」 같은 시장개척 의미를 가진 영화는 모두 망했다』
-흥행성에 치중한 영화만 하겠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앞으로는 흥행과 명분을 철저히 구분하겠다. 「최대 흥행, 최소 적자」 전략이다』
-결국은 물량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배급은 물량이다. 작품이 적으면 극장관계에서 신뢰가 떨어진다. 때론 잘 만든 영화 5편보다 못만든 영화 10편이 더 중요하다. 할리우드영화, 홍콩 영화의 배급확보도 이런 차원이다. 제일제당이 드림웍스의 외화로만 배급이 어려우니까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자귀모」를 전국 100개 극장에 건 것은 의도적인 배급력 과시였는가.
『맞다. 「신라의 달밤」의 주연을 박중훈 이성재로 하고 내가 직접 메가폰을 잡는 것도, 35억원짜리 「비천무」에 투자하는 것도 배급력에 힘을 실겠다는 의도다. 마치 할리우드 직배영화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를 그보다 못한 영화배급에 이용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그렇지만 인기있는 영화가 배급력 열세 때문에 밀려나는 경우는 없다. 「거짓말」을 봐라. 90개 극장이 달려들지 않았느냐. 한국 영화가 스타일은 얻었으니 이제 남은 과제는 작품의 해석력을 갖추는 것이다』
-서울극장 곽정환 회장의 꼭둑각시라는 비아냥도 있는데.
『곽회장과 나는 부자(父子)와 같다. 곽회장의 동의없이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대부분 「OK」 사인을 준다』
-시네바서비스을 증시에 상장하는 계획은.
『선 외자 유치, 후 상장을 생각하고 있다. 미국 자본 3,000만 달러는 곧 성사될 것이다. 이미 곽회장도 외자유치는 동의했다. 다만 상장은 좀 더 고민해 보자고 해서 유보중이다. 증권사들의 평가까지 끝났다. 영화사 공개는 주가상승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는 시네마서비스를 투명한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어디까지 나아가겠다는 것인가.
『내 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종합영상사업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자면 투자자의 돈이든 제도권의 돈이든 한국 영화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한 편의 흥행보다는 영화를 또 만들수 있는 집단이,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그에게는 투자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만큼 편견이나 욕도 들린다. 그러나 그는 굳이 변명하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묵묵히 일만 한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