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받아야" 한목소리 불구 좌·우파 '계산'은 달라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4)의 본국송환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던 칠레 정부가 영국 정부의 전격적인 석방조치로 예기찮은 불똥에 휩싸였다.
1998년 10월이후 15개월간을 끌어온 지루한 법정공방탓에 피노체트 문제는 칠레 정가에서는 지나간 이슈. 그래서 16일 치러지는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주요 쟁점은 교육·경제 등 민생관련 사안이었다. 좌·우파간의 대결이지만 오랜만에 정치색이 배제된 차분한 선거가 기대되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선거판은 피노체트의 석방이 현실화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논란으로 다시 뜨겁게 반전됐다. 보수우익연합의 호아킨 라빈(46) 후보와 중도좌파연합의 리카르도 라고스(61) 후보 모두 표면적으로는 『재판을 받아야 하며,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라며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에두아르도 프레이 대통령도 『피노체트에 대해 판결을 내려야 할 곳은 바로 법정』이라며 형사처벌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이미 피노체트는 재임시절인 1973~1990년 군사독재정권이 저지른 고문, 살인 및 1,198명의 실종사건 등 55건의 각종 혐의로 칠레법원에 기소돼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피노체트의 본국송환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대선전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점. 특히 과거정권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라빈 후보는 예기치 않은 「뜨거운 감자」를 끌어앉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그로부터 「일정거리」를 유지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선거전략이었지만, 이제는 피노체트 변수를 외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영국정부의 석방조치에 따라 그의 영구 면책특권에 대한 정당성 문제가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한편 칠레의 유력 일간지 엘 메르쿠리오는 12일 『피노체트가 18~20일 귀국한 뒤 곧바로 군병원에 입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