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취업반 통합형 내년 시범실업계 고등학교 가운데 신입생 미달사태가 계속되고 시설이 부족한 학교는 점차 일반 인문고로 전환된다. 또 진학반과 취업반을 함께 두는 통합형 고교가 내년부터 시범운영된다.
교육부는 13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실업고 대책」을 발표, 상당수 실업고를 인문고나 통합고로 전환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실업고는 특성화해 국가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업고를 인문고로 바꾸려면 전문교과 교사들이 복수전공을 통해 일반교과 교사자격증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형 고교는 우선 실업고와 일반고 가운데 4∼8곳을 골라 내년부터 오는 2006년까지 시범운영키로 했다.
공고, 정보고(상고의 후신), 상고, 농고, 수산고 등 실업계 고교는 1990년 정부가 산업기능인력 확보를 이유로 크게 늘린 이후 사회가 고학력 추세로 돌아서면서 취업도 안되고 대학진학에도 불리해 외면을 받아왔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인문고 전환배경] 실업고 확대정책 10년만에 실패자인
교육부가 13일 실업고를 점차 일반 인문고로 전환키로 한 것은 두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실책을 10년만에 스스로 인정한 결과다.
이번 대책은 인문고 전환과 함께 애니메이션·자동차·디자인고교 등 소수의 경쟁력 있는 실업고는 집중육성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과정에서 남게 되는 부기, 선반 등 전문교과 교사 1만9,000여명은 앞으로 4년간 국고를 지원, 윤리 등 일반교과(41∼21학점)를 부전공해 교사자격증을 따도록 했다.
실업고 정책의 철저한 실패는 1990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정원식(鄭元植)문교부장관은 김상준(金商俊) 서울시교육감 등의 반대를 무시하고 『산업기능인력이 태부족』이라며 실업고 비율을 30%에서 50%로 높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식 학교로 인가되지 않은 수준 미달의 전수학교를 무조건 상고로 전환해주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실업고 확대정책은 제조업 중심의 「굴뚝산업」경제구조가 지식기반경제로 대전환을 하면서 최소한의 타당성마저 잃고 말았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 추세에 맞춰 교육제도를 평생교육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현재 실업고 학생은 대개 인문고에 떨어지고 온 경우다. 그나마 실업고를 나와도 전문대 출신에 밀려 취업이 어렵다. 그러다보니 실업고 학생중 50∼70%가 수업과는 별도로 대입준비에 매달린다. 졸업후에도 재수생 대열에 합류한다. 작년말 현재 실업고는 781개교, 학생수는 78만4,000명. 전체 고교의 40.2%, 전체 고교생의 34.8%다. 교육계에서는 『실업고 출신에 대해 전문대 및 동일계 대학 진학시 주는 우선권을 확대하고 취업후 계속 공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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