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에 예고된 이번 개각은 숱한 뒷얘기를 만들어 냈다.○…절차를 중시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특성은 이번 개각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우선 김대통령은 총리제청 절차를 엄격하게 지켰다. 이 때문에 청와대측은 김대통령이 박태준(朴泰俊)총리의 제청을 받기 전까지는 완고하게 개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박총리의 제청절차가 늦춰지는 바람에 개각 발표는 박총리 임명동의안 통과 직후 이루어지려다가 4시, 5시, 6시, 7시로 계속 늦춰졌다. 김대통령이 물러나는 장관들에게 전화로 이유를 설명하고 청와대가 신임 장관들에게 입각사실을 통보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개각 폭은 총선 출마 장관들의 숫자에 따라 왔다갔다 했다. 지난해 연말 김대통령이 『필요한 사람만 바꾸겠다』고 말했을 때는 소폭 개각이 원안이었다. 그러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이 9일 『총선 출마, 연쇄 자리이동, 일부 경질 등으로 중폭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7-9명의 교체가 정설로 자리잡았다. 그후 여권의 한 핵심인사가 『당으로부터 출마 교섭을 받은 장관들중 상당수가 주저앉을 것』이라고 말해 다시 소폭 개각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막상 개각의 뚜껑이 열렸을 때는 중폭이었다.
실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개각 폭이 유동적으로 변한 측면도 있다. 장관들의 결격 사유가 추가로 발생하고 일부 장관들의 인사잡음, 튀는 행동 등이 입수되면서 경질폭이 다소 늘었다.
○…입각통고는 박총리에 대한 임명장수여식이 있은 뒤 이뤄졌다. 박태준총리와 인선을 협의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바람에 오후 6시에 정부 중앙청사에서 있었던 총리 이취임식에 참석했던 일부 장관들은 그때까지도 자신들의 경질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김윤기(金允起)건설장관의 경우 불과 발표 10분전에 한광옥비서실장으로부터 입각사실을 통보 받았다.
○…최재욱(崔在旭)국무조정실장은 『박총리가 며칠전 「나와 함께 일하자」라고 얘기해 입각을 예상 했지만 국무조정실장인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김종필(金鍾泌)전총리때부터 총리몫으로 간주됐는데 이번에도 박총리가 측근을 기용, 관례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박총리는 최실장과 신국환(辛國煥)자민련총재특보중 적임자를 놓고 고심하다 최실장을 택했는데 신특보는 경북 문경·예천에서 출마한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새 내각의 각료 18명과 박총리 등 모두 19명을 출신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이 4명으로 지난해 「5·24 개각」때의 2명에 비해 배로 늘었다. 반면 충청권은 충남 출신의 김종필(金鍾泌)전총리의 퇴진을 포함해 5·24 개각때의 5명에 비해 절반 이하인 2명으로 줄었다. 영남권은 부산·경남 3명, 대구·경북 2명 등 5명이던 것이 두 지역 2명씩으로 1명이 준 셈. 호남권은 5명(전남3, 전북2)에서 6명(전남5, 전북 1)으로 1명 늘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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