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의원들은 신경과민 상태다. 선거법 협상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데 난데없이 튀어나온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 잔뜩 심기를 긁어놓았다. 선거법 협상에서는 한치의 손해도 안보려고 으르렁거리는 여야의원들이 신기하게도 이 문제만큼은 착착 손발을 맞춰 한목소리를 낸다.12일 열린 행자위에서 선관위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명단공개의 위법 여부를 결론내겠다』고 말했다가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라는 발언부터 『선관위가 시민단체의 대변인이냐』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이같은 상황은 13일 법사위에서도 재연됐다. 의원들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보고 조치하겠다』는 법무장관의 발언을 꼬투리잡아 『법무부가 선관위의 산하기관이냐』고 흥분했다. 결국 국회의 결론은 『선관위가 신속히 고발하고 검찰이 즉시 사법처리해 제동을 걸라』는 것이었다.
시민단체들이 양심과 소신에 따른 입법활동까지 자신들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노조를 제외한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의 위헌 논란과 국민주권 행사, 알권리 충족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번 사태는 윽박지르듯 사법처리로 땜질할 성격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국민 80%가 위법 여부와 상관없이 시민단체를 지지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국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문화혁명식 사회혼란』으로 비유하는 등 「흥분」한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회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이성적인 논의나 정치권의 진솔한 자기 반성을 찾아보기 힘든 점은 유감이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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