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더 무섭다. 『관객 판단에 맡기자』는 말을 하면서 제작사는 흥행에 대한 기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책임회피의 마음이 숨어 있었다. 지난해 최대 이슈를 몰고왔던 작품이고, 소재는 가장 상업성이 높다는 섹스, 그것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포르노에 가깝다고 불법복제물이 돌고 난리였는데. 더구나 장선우 감독이란 기댈 언덕도, 평론가들이 붙인 「예술」이란 변명거리도 있는데. 전국 101개 극장이 그 좋다는 「박하사탕」을 팽개치고 덤벼 들었는데.예상이 들어맞는 듯했다. 「거짓말」은 개봉 첫 주말 이틀(8, 9일)간 서울 25개 극장에서 7만명이 몰렸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한산해졌다. 평일에는 겨우 1만여명을 넘기고 있다. 13일까지 6일 동안 서울 관객 겨우 12만여명. 서울보다 3배가 많으리라는 지방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거짓말」은 요란하기만 했지 올해 흥행작 리스트에 오르지도 못할지 모른다.
음대협(음란폭력성조장 매체 대책 시민협의회)가 검찰에 고발하고 관람거부운동을 전개하겠고 으름장을 놓아서? 검찰이 여차하면 상영을 중지할 것 같아서? 아니면 수십만명이 이미 복제물로 봐서? 두번의 가위질과 등급 보류로 김이 빠져서?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사수투쟁 때 『미국 영화보지 말자』고 시민단체들이 외쳐도 『왜? 내가 좋아서 보겠다는데』라며 주저없이 외화를 선택하는 요즘 젊은 관객들, 일본 영화 「러브레터」는 불법 복제 비디오로 이미 50만명이 봤지만 전국 150만명을 기록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면 입소문 때문이다. 다수의 관객들은 「거짓말」을 재미없어 한다. 그들은 『자극도 없다. 스토리도 너무 단조롭다. 은밀한 맛도 없다. 단순한 행위만 반복하는 포르노처럼 언제 끝나나 지겨워진다』고 얘기한다. 호기심과 관음증을 충족시키지 못한 불만일 수도 있다. 반대로 영화 속에서 감독의 의도인 「길들여진 억압과 폭력에 대한 조롱과 저항」을 발견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응은 정반대이지만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왜 「거짓말」로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난리」란 「거짓말」이 분명 한국 영화의 표현 영역을 넓히긴 했지만 그것을 곧 예술성의 획득, 한국 영화의 진보, 칭찬받을 용기로 착각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같다. 「거짓말」 상영으로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까 하는 과민 반응. 그러나 관객들은 성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의 잣대를 가졌고, 센세이셔널리즘에 기댄 「금기 깨기」는 작품성도, 상업성도 다 잃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가르쳐 주고 있다. 「거짓말」이 개봉되자 벌써 「너에게 나를 보낸다 2」 등 유사작품이 만들어질 움직임이다. 정말 관객을 모르는 바보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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