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장 마틴 스콜세지(57)는 뉴욕의 「비열한 거리」(69년)를 지나 마약흡입을 하는 음습한 방에서 보니 엠의 「바빌론의 강가」를 노래한다. 인간의 욕망과 타락과 차별이 장마진 진흙길처럼 밟히는 가장 세속적인 거리에서 그는 종교적 구원을 갈구한다. 그것의 무의미함을 알면서.베트남전 후유증에 시달리며 「택시드라이버」(76년) 트래비스(로버트 데니로)가 누군가를 죽이려 어슬렁거렸던 거리는 30년이 지났지만 다르지 않다. 마약과 자해 행위로 찌든 거리의 아웃사이더들은 삶과 세상을 저주하고, 자신들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의학을 비웃는다. 트래비스와 달리 그곳에서 병원 구급요원 프랭크(니컬러스 케이지)가 밤거리를 질주하며 죽어가는, 제목처럼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려 몸부림친다. 감독은 그것을 「성숙」이라고 했다.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은 셈이다. 결국은 인간에 의한 구원.
그래서 감독은 「비상근무」(원제 「Bring Out Of The Dead」)는「택시 드라이버」와 분위기는 유사하되 전혀 새로운 영화라고 말했다. 프랭크는 죽은 「거리의 여자」 로즈에 대한 죄책감, 그녀의 환상 때문에 괴로워한다. 늘 죽음의 경계를 보고, 그 죽음에 굴복하면서 그는 자신의 영혼마저 분열을 겪는다. 그것을 치유해주는 것은 신도, 종교도 아니다. 그가 살리려 애쓰다, 영혼의 부탁을 듣고 죽음의 길로 안내한 심장마비 노인의 딸 메리(패트리샤 아퀘트)의 사랑과 진정한 이해이다. 따뜻하고 상투적인 휴머니즘이 트래비스의 서늘한 냉소를 대신한다.
현란한 카메라 기법과 음악, 영상편집, 이따금 의표를 찌르는 독설적인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사실주의를 놓치지 않는 거장의 개성과 솜씨는 여전하다. 그러나 30여년 전의 분위기와 느낌의 동어반복이 유사하고, 시선 뒤집기가 새롭다는 의미라면 스콜세지도,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에 이어 이 영화의 각본을 쓴 폴 슈레이더도 벌써 늙었다는 말밖에 안된다. 오락성★★★ 예술성★★★☆ (★5개 만점, ☆은 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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