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투쟁 자료관 3월 초 개관5·16 쿠데타 이후 30년 군부독재, 더 멀리 해방 이후 보수 우익이 나라를 장악한 5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민주」의 이름으로 스러져갔다. 지난 세월은 고통과 눈물의 시간이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그 아픈 기억들을 시간이 더 가기 전에 하나 둘 꺼내어 모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화운동 자료관 건립 운동이다. 지난해 몇몇 소장학자들이 시작한 이 운동은 해를 넘기면서 학계를 아우르는 대형 사업으로 발전했다. 3월엔 1년 가까이 모은 민주화운동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임시 자료관 및 상설 전시장도 개관한다.
민주화운동 자료관 추진위원회는 12일 추진위원회 결성대회를 갖고 공동대표에 리영희(한양대 명예) 강만길(고려대 명예) 김진균(서울대) 교수를 뽑았다. 상임운영위원장은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가 맡았다. 이 자리에선 3월 임시 자료관 개관 때까지 운영 계획과 올해 사업을 토론했다.
민주화 투쟁의 기록을 한 자리에 모으는 기록관을 만드는 작업은 지난해 1월 성공회대 조희연 김동춘 정해구 교수와 소장학자들이 연합한 학술단체협의회 연구자들이 「민주주의 기념관 건립을 위한 민주화운동 자료관 건립 준비 모임」을 결성하면서 시작했다. 참여자들이 몇 차례 돈을 내 3,000만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하고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전문자료관리자, 성공회대 학생들이 일을 도와 자료를 모으고 정리했다.
마침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이, 그것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된 것이 민주화운동 기념관 건립사업에 탄력을 붙이고 호응을 높였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 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진보 학자 조직이 참여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거들겠다고 나섰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여성단체연합 등은 자료를 교환하기로 약속했다.
추진위는 3월 7일 성공회대 신축 도서관 2층에 30여 평 규모의 임시자료관과 5평의 상설전시장을 낸다. 이밖에도 민주화운동 역사현장 표지판 부착사업 민주화운동 역사현장 답사길 개발 민주화현장 기행단 운영 시기별, 지역별, 인물별 민주화운동 단체 변천도 작성 민주인사와 독재인사 인명사전 제작 민주화운동사 연구저서 발간 해외민주화운동 관련자료 수집 및 국내 반입 추진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추진위는 결성 선언문에서 『정부의 지원 속에 박정희를 기리는 기념관 건립 운동이 나타나는 등 역사적 역류의 움직임이 확산된다면 모든 독재자들이 조만간 「영광스런 부활의 날」을 맞으리라는 예상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모으고 정리하는 것은 앞날에 민주주의를 심화하고 확산시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유대인 학살을 기념하는 미국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 전쟁반대와 핵무기 철폐의 이념을 담고 있는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의 「평화박물관」처럼 우리에게도 어엿한 민주주의의 전시관이 하나 쯤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추진위 전명혁 자료실장은 말했다. 정부는 아직 이 운동에 아무런 지원도 관심도 없는 듯하다. 추진위 전화 (02)685-1663, 인터넷 www.democracymuseum
진보학자들이 한 뜻으로 모여 12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건물에서 「민주화운동 자료관」 추진위 결성대회를 열었다. /원유헌기자
.org.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념사업회] 박정희 기념관 어떻게 되나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의 박정희 기념관 건립 지원 발언 이후 정부는 100억원이 넘는 돈을 보조금으로 내놓았다. 7월에는 신현확 전 총리가 회장이 되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도 출범했다. 김대통령이 명예회장, 국민회의 권노갑 고문과 김용환 의원,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가 부회장이다.
기념사업회는 아직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매주 한 차례 회장단 모임을 갖지만 그 자리에서 의논한 것을 당장 실행하기는 시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사업회 관계자는 『기념관 건립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여지가 많아 총선 전에는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당한 시기를 봐서 정부 돈을 받고, 또 사업비 조성을 위해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해 주도록 신청할 계획. 5월께면 기념관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사이버 기념관」(presidentpark.or.kr)을 만들어 박 전대통령의 업적을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기념관을 구미로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이버 기념관은 거의 찬양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치게 박 전대통령을 소개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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