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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디자이너가 디자인진흥원장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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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디자이너가 디자인진흥원장 돼야한다

입력
2000.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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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인연을 맺은지 오래지 않아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우리나라 디자인분야에서 유일한 국가출연기관인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의 원장 자리가 40년간 비전문가인 퇴역장성과 행정공무원에 의해 채워져왔다는 사실이다.지난해 12월10일 산업자원부가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장을 공채, 민간전문가로 선임키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뛰어나가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달 6일 공채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는 느닷없는 소식에 접했다. 13명의 신청자 중 심사기준을 충족하는 후보자가 없어 재선발키로 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심사기준은 개혁의지 업계대표성 조직장악력 비전제시 등이었다. 이번 공채에는 우리나라 디자인 정책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역량있는 전문가들이 대거 응모했는데 이 정도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면 자칫 공채가 물거품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새 진흥원장에는 반드시 디자이너 출신 전문가가 올라야한다는 점이다. 소소한 이해관계에 얽혀 비전문가가 또 원장이 될 경우 디자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말로만 「디자인 한국」을 외칠 것이 아니라 디자인 출신 전문가에게 원장을 맡김으로써 진정한 개혁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W이론을 제시한 서울대 이면우교수의 명저 「신사고이론 20」에 따르면 무식한 사람이 전문직에 앉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고 무식한 사람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전문직에 앉는 경우는 더 심각하며 무식한 사람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전문직에 앉아 부지런히 일하는 경우가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 디자인계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는 얘기가 아닌가 한다.

현재 진흥원의 업무가 공백상태다. 2000년에는 디자인계의 중차대한 행사인 「이코그라다 어울림대회」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장공채 공고 이후 현재까지 진흥원은 업무공백으로 헛걸음만 치고 있다. 한국 디자인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될 이번 행사를 위해 민과 관이 힘을 모아도 모자랄 시기임을 산자부는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허 욱·강남대 교수·미술산업디자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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