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3개월 앞두고 각 정당의 무차별적인 영입공세 등으로 총선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의 행정공백이 심화하고 있다.장관과 국과장급 공무원들의 대거 출마가 예상되는 중앙 각부처에서는 직원들이 『누가 어디서 출마하나』 『후속인사는 어떻게 되느냐』며 술렁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구청장, 군수의 상당수가 출마 준비에 정신이 팔린 데다 출마 후보자들의 개인행사에 끌려다니기 일쑤여서 업무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중앙부처에서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 진 념(陳 稔)기획예산, 이상룡(李相龍)노동, 강봉균(康奉均)재경, 김기재(金杞載)행자, 남궁석(南宮晳)정보통신, 정상천(鄭相千)해양수산 장관과 차관급 4~5명 등 각료의 절반이상이 출마나 정치권 영입설에 오르내리고 있어 관가가 먼저 선거전에 돌입한 분위기다.
국과장급에도 출마바람이 불어 재경부에서는 배선영(裵善永)서기관과 임태희(任泰熙)과장이 이미 여권신당과 한나라당에 각각 합류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고위직들의 출마소문이 끊이지 않는 데다 상당수 직원들이 후속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일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총리실 직원도 『총리교체로 별정직 공무원 상당수의 물갈이가 예상돼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직·간접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단체장들도 종로·송파·강남·성동구청장 등 전국적으로 30명에 달해 후임단체장 선출시까지 일선 행정업무 공백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구 출마설이 파다한 서울 J구청장은 연초부터 하루 5시간 이상 관내 동사무소들을 돌며 「신년 인사회」를 갖고 있다. 통·반장과 지역유지 등을 모아놓고 「주민과의 대화」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지역구사무실도 물색 중이다.
출마를 선언한 K구청장도 새마을부녀회 간담회, 교통개선위원회 모임 등 지역민과의 회합자리에 참석하느라 일반업무는 거의 돌볼 시간이 없다. 서울지역 S구청장의 한 측근은 『구청장은 어차피 정치 반, 업무 반 아니냐』며 출마준비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총선출마와 무관한 단체장들도 출마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와 개인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말 광주에서 열린 부시장 출신 K씨의 출판기념회에는 단체장과 전현직 공무원 등 1,000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역 한 구청장의 측근은 『출마자가 초청하는데 얼굴을 안 내비칠 수 있느냐』며 『선거관련 행사가 봇물을 이루게 될 2월에는 행정 차질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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