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악화 이유 '스페인 인도' 중단키로칠레의 전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4)가 풀려난다.
영국 내무부는 피노체트의 건강진단 결과 재판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그를 풀어줄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내무부는 또 잭 스트로 내무장관이 피노체트를 스페인에 인도하는 절차를 중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그는 수술차 영국에 왔다가 스페인의 치안 판사가 발부한 체포영장에 의해 구금된 지 1년3개월만에 「스페인 인도」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됐으며 나아가 고향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악화된 건강이 오히려 그를 사지(死地)로부터 구해낸 셈이다.
그러나 인도절차를 중단한 영국이 그를 칠레로 돌려보낼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의 신병처리에 관한 최종 결정은 칠레 당국과 함께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는 물론 국제사면위원회(AI)등 여러 인권단체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려질 전망이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칠레정부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지만 칠레의 인권단체들이나 희생자 유가족들은 거세게 비난했으며 영국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피노체트의 인도와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스페인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외무장관 성명을 통해 영국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함께 건강문제가 과연 인권유린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에 면죄부를 줄 정도로 법에 앞설 수 있느냐는 국제적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후안 가브리엘 발데스 칠레 외무장관은 이날 『칠레정부는 영국정부가 미묘한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한데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친피노체트계 단체들도 환영을 표시하며 그의 조속한 본국송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고문희생자 진료를 위한 의료재단」의 헬렌 뱀버는 『건강상 이유로 피노체트를 석방하겠다는 스트로 장관의 결정은 즉각적으로 사법적 검토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건강상태에 대한 의학적 증거들이 법원에서 검토되기 전까지는 그가 스페인에 송환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명 칠레인들의 조직인 「민주 칠레」의 카를로스 레예스 대변인도 『이 범죄자가 정의의 단죄로부터 빠져나갈 것이라는데 실망을 느낀다』면서 『칠레에는 그의 공포정치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으며 그중에는 그보다 더 나이가 많고 더욱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고 분개했다. 피노체트의 변호인들은 피노체트가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될 경우 현재 진행중인 항소절차를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노체트는 1973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뒤 17년 장기 철권통치 기간의 마지막 2년 사이에 발생한 1건의 고문 공모죄와 34건의 개별 고문사건과 관련해 스페인의 발타사르 가르손 치안판사로부터 피소돼 98년 10월 영국 경찰에 체포됐었다.
이어 영국 런던 법원이 지난해 10월 자신의 스페인 인도를 결정하자 이에 불복, 항소한 상태이며 항소심은 3월20일로 예정돼 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호주는 반인도적 범죄자 천국"
2000/01/12(수) 17:42
호주가 전세계 전쟁범죄자의 피신처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 언론들은 2차대전중 「라트비아 암살단원」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콘라드 칼레즈의 호주 입국을 계기로 비인도적인 범행을 자행한 전세계 범죄자들이 호주에서 은신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성역-호주내 나치 도망자들」의 저자 마크 아론스는 선데이 에이지와의 회견에서 『조용한 교외에는 크메르 루주의 살인부대와 피노체트의 비밀경찰, 아프가니스탄과 헝가리 태생 소련 제 5열들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중반께 아론스가 이 문제를 주장해 호주당국이 사실여부를 조사했으며, 그 결과 전 나치당원의 호주 거주가 사실로 확인됐다. 그 후 전쟁범죄자 특별수사대(SIU)가 설립됐지만 기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SIU도 1992년 해체됐다.
또 다른 신문인 선 헤럴드는 자체 조사 결과 수십개국의 전쟁범죄자들이 호주에 거주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신문은 『전 아프가니스탄 비밀경찰(khad)들이 시드니에서 목격됐다』면서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분리정책) 추종자들과 르완다, 보스니아, 페루 등의 살인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 SIU 역사 자문위원이었던 콘라드 키위트는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20년뒤 전세계는 호주를 전쟁범죄자들의 안전한 도피처로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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