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발표한 「공천 부적격 정치인 164명 명단」을 한국일보가 싣지 않은 데 대해 여론독자부로는 독자들의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독자들의 반응은 「명단은 독자들이 알고자 하는 정보이며 신문은 이를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신중한 판단이었다」는 견해도 있었다.독자 최석진(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씨는 「신문에서 명단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없어서 실망했다」며 「신문이 자신이 없거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마저 든다」고 말했다. 독자 박덕춘(광주 북구 우산동)씨는 「경실련 명단의 객관성이나 선정의 잘잘못은 독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공무원이라고 밝힌 독자도 「명단을 싣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문제있는 정치인을 두둔하는 꼴이 됐다」며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 정치인의 한탕주의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고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한국일보 독자인 안주영(bada1000@hanmail.net)씨는 「한국일보가 경실련과 원론적인 면에서 입장을 같이 한다면서 왜 명단을 싣지 못하는가」라며 「경실련의 문제후보 명단 공개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국민적 호응이 크기 때문에 어정쩡하게 중간에서 눈치를 보는 것으로 해석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반면 독자 임순자(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한국일보가 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신중한 행동이었다」며 「단체의 낙선·지지 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 87조가 이미 헌법 재판소에서 합헌결정이 난 마당에 시민단체가 명단을 발표하는 것은 세를 과시하려는 행동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PC통신에서도 과반수 이상의 네티즌들이 시민단체의 문제정치인 명단공개와 낙선운동에 대해 「부패의 고리를 끊고 참신한 정치를 원하는 국민적 공감대의 표출」이라며 반기는 가운데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표하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소수 있었다.
인터넷 한국일보 독자 윤상은씨는 「명단 공개와 낙선운동은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라며 「정치인은 자성하고 민의를 수렴하라」고 주문했다. 재미동포 이재인(jrhee@worldnet.att.net)씨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국가에서 시민단체의 의정활동 감시를 불법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인터넷 한국일보 독자 문지웅씨는 「시민단체는 어느 정파의 이익과 관계없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낙선운동에 신중한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인터넷 한국일보 독자인 이충호씨는 「국회의원 당·낙선 가능성은 시민단체가 아닌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시민단체가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려는 것은 아닌지 경계된다」고 말했다. 익명의 인터넷 한국일보 독자는 「서둘러 명단을 공개했다가 다시 정정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실련에 이어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400여개 시민단체는 12일 「2000년 총선시민연대」를 출범, 20일께 공천반대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낙선운동도 펼칠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경실련의 명단공개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11일 경실련의 공천부적격자 명단에 대해 「검증절차를 거쳤다고 보기는 어려운 자료를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신문이 재공개할 경우 경쟁후보에 의해 자료가 악용되거나 당사자는 치명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싣지 않는다고 밝힌 한국일보는 이날의 약속대로 「시민단체들의 명단공개 등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지면에 싣는 방안」을 현재 강구중이다.
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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